[광주/전남]“선생님, 공부방에서 다시 책읽고 싶어요”

  • Array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진 산내들 지역아동센터, 태풍에 천장 무너져 초토화
취약계층 아동 31명 갈곳 잃어… 재건 비용 1억 넘어 한숨만

전남 강진군 산내들 지역아동센터 건물이 태풍 볼라벤으로 피해를 입었다. 철근이 흔들리고, 천장마저 무너져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제공
전남 강진군 산내들 지역아동센터 건물이 태풍 볼라벤으로 피해를 입었다. 철근이 흔들리고, 천장마저 무너져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제공
잇따른 태풍은 시골 아이들의 동심(童心)에도 큰 생채기를 남겼다.

1998년 문을 연 전남 강진군 마량면 산내들 지역아동센터는 지역 유일의 문화시설이자 공부방이다. 산내들 지역아동센터는 급식시설을 갖추고 소년소녀 가장 8명, 조손 가정 자녀 9명, 기초수급자 가정 자녀 3명 등 초중학생 31명이 공부하고 있다.

아동들의 부모나 조부모는 어업,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아동은 지적 능력이 낮아 이곳에서 수업을 받지 않으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상태다.

산내들 지역아동센터는 태풍 볼라벤에 직격탄을 맞았다. 165m²(약 50평) 규모 건물이 쑥대밭이 됐다. 건물 철근이 완전히 흔들렸고 천장은 폭삭 무너져 내렸다. 내부에 있던 컴퓨터, 책, 조리기구도 망가졌다. 아동들은 현재 인근 교회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불편한 점이 많다. 김모 양(8)은 “다시 공부방에서 책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는 산내들 지역아동센터 건물을 다시 짓는 데 8000만 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습기자재를 다시 마련하는 데도 2000만 원이 넘게 필요할 것으로 보고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희근 산내들 지역아동센터장은 “공부방이 무너진 것을 보고 아이들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강진에 사는 한 다문화가정의 집도 볼라벤으로 방 한 칸이 무너져 내렸다. 엄마가 필리핀 출신인 다문화가정 자녀 은지 양(7)은 할머니, 부모, 동생과 같이 산다. 아빠는 일용근로자로, 엄마는 산모도우미로 일하고 있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아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무너진 집을 고쳐야 하지만 수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장형준 전남지역본부 나눔사업팀장은 “태풍이 소년소녀 가장 등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며 “이 아동들에게 각계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미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061-753-5129.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태풍#동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