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워 ‘야동’ 본뒤 성폭행 결심… 흉기 들고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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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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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발찌 찬채 살인극


밤새 음란물을 본 서모 씨(42)는 20일 오전 날이 밝자마자 자신이 다니는 전기배관 회사에 찾아가 30만 원 가불을 요구했다. 거절당한 그는 집으로 돌아와 주머니에 과도와 파란색 마스크, 청테이프를 넣고 오전 9시경 집을 나섰다. 주변을 배회하는 그의 발목에는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30분 뒤 서울 광진구 중곡동 다세대주택가에서 서 씨의 눈에 두 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우려고 집 밖으로 나선 이모 씨(37·여)가 들어왔다. 유치원 버스가 서는 곳은 집에서 불과 50m밖에 되지 않아 이 씨는 여느 때처럼 현관문을 잠그지 않았다. 서 씨는 그 사이 이 씨 집으로 들어가 안방 문 뒤에 숨었다. 이 씨가 들어오자 서 씨는 흉기로 위협하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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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가 비명을 지르며 거세게 반항하면서 집 안 물건이 큰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래 반지하층에 사는 송모 씨(26·여)가 이 씨의 비명을 듣고 100m 정도 떨어진 인근 파출소로 뛰어가 신고했다. 경찰이 즉시 출동했지만 이 씨는 이미 서 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세 차례 찔린 뒤였다. 서 씨는 피 묻은 흉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1일 서 씨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 씨는 2004년 서울의 한 옥탑방에 침입해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해 11월 출소했다. 이 때문에 서 씨에게는 출소 전 전자발찌 착용 7년과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이 내려졌지만 이번 범행을 막는 데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서 씨의 범행 장소는 자신의 집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이다.

서 씨를 관찰하는 서울동부보호관찰소에서는 “한 달 평균 5차례 면담하며 관찰했다”고 했지만 그의 범행을 눈치 챌 수는 없었다. 서 씨는 출소 뒤 10개월 동안 보호관찰소 출석 면담을 10차례 넘게 받았고 관찰관이 직접 서 씨를 방문해 면담한 것도 40차례가 넘었다.

전자발찌도 일용직을 전전하다 전기배관 회사에서 일하는 서 씨처럼 이동이 잦은 이에겐 무용지물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외출 금지나 이동 제한 등은 법원이 결정하는데 서 씨는 별도의 제약이 없었다”며 “전자발찌가 서 씨에게는 범죄 억제 효과를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씨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다세대주택 1층의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짜리 단칸방에 살았다. 옆방 이웃은 서 씨를 늘 긴 바지만 입는 조용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웃은 “서 씨가 술을 마시면 전자발찌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며 “두 달 전부터 부쩍 술을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서 씨는 출소 이후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컴퓨터부터 장만했다. 퇴근 후에는 주로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경찰 조사에서 서 씨는 “범행 당일 오전 2시부터 세 시간 동안 소주를 마시며 음란 동영상과 사진을 봤다”고 진술했다. 서 씨의 방에서 발견된 컴퓨터에는 불법으로 내려받은 수백 개의 동영상과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잠깐 집을 비울 때라도 외부인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문을 잠가 놓아야 범죄를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자발찌#살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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