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목포 정명여학교 7人, 90년만에 ‘애국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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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11월 항일만세운동… 보훈처, 뒤늦게 발굴 포상

전남 목포 정명여중고는 2001년부터 매년 4월 8일에 직접 만든 태극기를 들고 ‘4·8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연다. 학생들은 교내 정명관에서 기념식을 가진 뒤 시가행진을 벌이며 태극기를 거리의 시민들에게 나눠 주고 목포역 광장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한다. 이 학교는 67주년 광복절이 어느 해보다 뜻깊다. 일제강점기 만세운동을 벌인 선배들의 활약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67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애국지사 198명을 포상했다. 이들 중 7명이 여성인데 모두 옛 목포 정명여학교 출신들이다. 김나열, 곽희주, 김옥실, 박복술, 박음전, 이남순, 주유금 씨 등 모두 고인이 된 이들은 1921년 11월 목포에서 독립만세를 부르다가 체포돼 각각 징역 6∼10개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 후 군비제한, 세계 열강 간 동아시아 질서 재편 등이 논의된 워싱턴회의에 조선 독립문제 상정을 촉구하고자 태극기를 들고 교문을 뛰쳐나왔다. 이들의 활약상은 당사자 측의 신청이 없어 알려지지 않다가 보훈처가 발굴해 빛을 보게 됐다. 고 김나열 씨의 딸 장경희 씨(74)는 “어머니는 생전에 유공자 신청 얘기만 나와도 ‘조선 사람이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극구 거절했다”며 “뒤늦게나마 어머니가 애국지사로 인정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정명여학교는 호남 최초의 5년제 여성 중등교육기관으로 1903년 미국 선교사들이 설립했다. 당초 교명은 목포여학교였으나 1911년 정명여학교로 바뀌었다. 학생들은 1919년 3·1운동의 영향을 받아 목포에서 4·8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고 1937년 일본의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해 자진 폐교했다가 광복 후인 1947년 다시 문을 열었다. 정문주 정명여중 교장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 주기 위해 매년 만세운동 재현 행사와 함께 청소년 백일장, 답사 기행, 일제만행 사진 및 자료 전시 체험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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