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담합에 이자수익만 7조 거뒀는데…과징금 불과 2700억 이유는

  • 뉴시스(신문)

관련 매출액 6.8조에도 과징금은 2720억
담합 상한 20%…위법행위 내용·정도 고려
경성 담합 아닌 연성 담합…효율성도 감안
‘정보교환’ 첫 체제에 재조사 등 신중 행보
은행권 “추가 절차 검토”…행정소송 가능성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중단했던 가계대출 영업을 재개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되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일부터 주택담보·신용·전세자금 대출 타행 대환을 다시 시행한다. 신한은행 역시 대출 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자금 대출과 모기지보험 가입을 재개한다. 하나은행은 같은 날부터 생활안정자금 용도를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부동산 대출 상품의 영업점별 판매 한도를 해제한다. 2026.01.02. 서울=뉴시스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중단했던 가계대출 영업을 재개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되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일부터 주택담보·신용·전세자금 대출 타행 대환을 다시 시행한다. 신한은행 역시 대출 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자금 대출과 모기지보험 가입을 재개한다. 하나은행은 같은 날부터 생활안정자금 용도를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부동산 대출 상품의 영업점별 판매 한도를 해제한다. 2026.01.02. 서울=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교환해 경쟁을 회피한 의혹을 받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에 역대 10위에 해당하는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관련 매출액을 고려할 경우 4% 수준인데, 부당 공동행위 유형에 적용되는 과징금 상한이 관련 매출액의 20%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경제형벌 강화’ 기조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1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4대 시중은행에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들이 LTV 정보를 교환해 LTV를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회피했다고 보고 각 은행이 담보대출을 통해 얻은 이자수익 6조8000억원을 관련 매출액으로 삼아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지난 2021년말 부당공동행위 유형에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유형이 포함된 뒤 이를 적용한 첫 제재 사례다.

과징금 규모로 봤을 때 역대 공정위 제재 중 10번째로 크고, 공동행위 유형 중에서는 7번째로 크다.

그럼에도 이번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 대비 약 4% 수준에 그쳤다는 데 관심이 모인다.

부당공동행위 유형 과징금 부과율 상한이 20%인 점을 고려하면 부과율 4%는 현 정부의 ‘경제형벌 강화’ 기조와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부당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산정할 때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먼저 위법 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을 확정하는데, 위법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받은 매출액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각 은행이 담보대출로 얻은 이자수익을 기준으로 관련이 없는 매출액은 제외됐다.

관련 매출액이 확정되면 위법 행위 내용과 정도를 고려한 중대성에 따라 부과기준율을 결정한다.

부당공동행위의 경우 경쟁제한성·이행정도·시장 점유율·관련 매출액·피해 규모·지역적 범위 등을 고려해 최소 0.5%, 최대 20% 범위 내에서 부과기준율이 정해진다.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 대비 부과율을 ▲중대성이 약한 경우 0.5~3% ▲중대한 경우 3~10.5% ▲매우 중대한 경우 10.5~20%로 구분해 적용한다. 이번 사안은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돼 4%가 적용된 것이다.

부과기준율을 정한 뒤에는 위반의 반복 횟수, 조사·심의 과정의 협조 여부, 자진시정 제출 여부 등 감경·가중 요소를 고려해 최종 과징금을 산출한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감경·가중 요소를 적용하지 않고 부과기준율 4%를 그대로 적용했다.

공정위가 이번 사건의 성격을 고려해 부과기준율 상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담합은 경성 담합과 연성 담합으로 나뉘는데, 주로 가격·생산량·입찰·시장분할 등은 경성 담합으로, 거래조건·정보교환 등은 연성 담합으로 분류된다.

경성 담합은 효율성 증대효과가 거의 없고 시장 교란이 커 높은 부과율을 적용할 수 있지만, 연성 담합은 경쟁제한 효과와 동시에 일부 효율성 증대효과가 존재할 여지가 있어 제재 수위를 종합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4대 은행이 정보교환을 통한 LTV 산정의 적정성 제고나 신용리스크 감소 등 효율성 증대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이 정보교환 담합에 대한 첫 제재라는 점도 중요한 변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보교환 담합은 2021년말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조항으로, 경쟁 민감정보를 교환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직접적인 합의 없이도 담합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는 지난 2024년말 전원회의를 통해 이번 사건을 다뤘지만 결국 재조사를 결정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재심의를 거친 뒤 2개월에 가까운 의견 조율 후 제재 수준을 확정한 것이다.

새로운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준율을 산정할 때 신중히 접근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제재를 두고 은행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최종 제재 수준은 행정소송 이후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LTV 관련 정보를 참고 자료로 활용했을 뿐 담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TV 한도를 높게 올려 대출을 늘려야 은행들에게 이익이 되는데, LTV를 타행 대비 낮은 수준으로 담합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질적인 대출 한도에는 신용등급이나 DSR, DTI 등이 더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이번 과징금 부과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정식으로 의결서를 받아본 뒤 추가 절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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