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학습효과… 서먼 ‘민간인 수갑’ 즉각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미군 헌병이 시민 수갑 연행’
주한미군, 신속한 진화 나서

장마르크 주아스 미7공군사령관이 8일 기자회견에 앞서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평택=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장마르크 주아스 미7공군사령관이 8일 기자회견에 앞서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평택=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5일 미군 헌병의 한국 민간인 수갑 연행 사건과 관련해 주한미군이 신속히 사과와 재발방지 등을 약속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충격을 받은 분들과 지역사회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아직도 사건 경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엇갈리는데도 사건 발생 3일 만에 미군 수뇌부가 전격 사과한 것이다.

서먼 사령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건에 연루된 미군 헌병들의 임무는 정지될 것”이라며 “한국 경찰의 조사에도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 국민은 우리의 소중한 친구이고 한미 동맹은 매우 중요하다”며 “본인은 주한 미7공군사령관이 이번 조사를 신중하고 철저히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부사령관인 장마르크 주아스 미7공군사령관도 이날 경기 평택시 신장동 K-55 오산기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택시와 시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 반미(反美) 촛불시위의 학습효과

주한미군의 신속한 사과는 전날 한국 정부의 공식 항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한국인의 반미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미군 장갑차의 여중생 사망사고 때 미온적인 대처로 촉발된 ‘반미촛불’의 엄청난 파장과 후유증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또다시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미군 개입 사건이 한국인의 반미정서를 폭발시키는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먼 사령관은 사건을 접하자마자 한국 내 여론동향 파악과 사과 성명 등 즉각적 대처를 지시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사건 경위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주한미군과 한국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군 수뇌부가 잇달아 공식 사과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것이다.

한국군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은 대선을 앞두고 미군 장병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먼 사령관이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한국 민간인 성폭행 등 미군 장병의 범죄가 잇따르자 같은 해 10월 야간통금령을 내린 데 이어 올해 1월 초 이를 무기한으로 연장한 것도 이런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 엇갈리는 주장

이달 5일 상황이 ‘수갑을 채울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는지’ ‘미군이 영외지역까지 단속할 권한이 있는지’ ‘왜 현장에 있는 한국 경찰에게 인계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에 있던 시민이 촬영한 영상이 7일 공개됐지만 여전히 양측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피해를 당했다는 양모 씨(35)는 “미군 헌병의 이동주차 요구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따랐다. 불법체포에 항의하자 강압적으로 수갑을 채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 헌병은 경찰 조사에서 양 씨가 이동주차 요구에 따르지 않은 데다 당시 현장에서 시민들이 삿대질을 하고 밀치는 등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위협을 받을 경우 수갑을 채우라는 매뉴얼에 따라 정당한 공무집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8일 기자회견을 한 주아스 미7공군사령관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 주한미군의 영외순찰 권한 등에 대해 “미군과 그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는 모든 지역에서 순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외순찰 과정 전반에 걸쳐 규정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평택=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미군#민간인 수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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