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저장굴 농민 2명 질식사… 잇단 참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생강 최대 산지인 충남 서산, 태안 지역의 3000여 개 생강 저장굴이 농민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토굴 특성상 농산물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가 배출되지 않아 매년 희생자가 발생하는데도 당국의 대책은 미흡하다.

27일 오후 5시 50분경 태안군 남면 달산리 유모 씨(73) 집 뒤 생강 저장굴에서 유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아들(41)과 이웃 주민 이모 씨(45)가 발견해 구조하러 들어갔다가 모두 질식해 유 씨와 이 씨가 숨졌다.

아들 유 씨는 “아버지가 보이지 않아 굴 안을 들여다보니 쓰러져 있었다”며 “이 씨와 함께 철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다가 도착 직전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유 씨 등 3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들 유 씨만 목숨을 건졌다. 사고가 난 저장굴은 직경 80cm, 깊이 7∼8m 규모다.

바닥에는 좌우로 길이 3∼4m, 높이 2m의 수평굴이 만들어져 있다. 유 씨는 다른 농민처럼 생강과 고구마 등 농작물을 장기 보관하기 위해 저장굴을 운영해 왔다.

지난해 3월에는 서산시 부석면의 생강 저장굴에서 백모 씨(76·여)가 질식해 숨졌으며 2010년과 2009년에도 이 일대에서 각각 3명이 숨지는 등 최근 10년 사이 모두 10여 명이 같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질식사가 잇따르는 것은 저장굴의 구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용수 충남대 교수(원예과)는 “저장굴은 산소가 부족하고 일산화탄소의 농도는 높은 데다 수평굴 형태여서 농작물 부패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과 일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국 생강 생산량의 30%(지난해 기준 8000여 t)를 차지하는 서산, 태안 일대에는 2가구당 1개꼴로 저장굴 3000여 개가 있지만 모두 비슷한 구조다. 충남도는 굴 앞에 주의표시판을 설치하고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안전수칙을 교육하고 있으나 고령자가 많은 농촌지역 특성상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황 교수는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보다 환풍 시설을 갖춘 공동 저장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병록 태안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예산이 부족해 지난해 15곳에만 강제 환풍기를 설치할 수 있었다”며 “시설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선풍기 등으로 충분히 환기시킨 뒤 작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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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저장굴#질식사#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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