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大 거치면 수도권大 편입 가능” 학력세탁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이비브로커 작년부터 활개
교과부 “건동대 폐쇄 방침”

교육과학기술부가 부실대학 정리에 속도를 올리면서 이를 악용하는 입시 브로커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전문대에 입학한 A 씨는 4년제 대학에 가고픈 마음에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치렀다. 그는 3개 영역 성적이 6∼8등급에 불과하자 수험생이 즐겨 찾는 사이트에 상담글을 올렸다.

며칠 뒤 자칭 입시컨설팅 전문가로부터 ‘충분히 수도권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쪽지가 왔다. 그는 “교과부가 내년에 부실대학 여러 곳을 정리한다. 해당 대학에 입학했다가 학교가 폐쇄되면 원하는 대학을 골라 편입하도록 돼 있다. 착수금 300만 원이면 전 과정을 코칭하겠다”며 일단 강원도의 모 대학에 지원하라고 했다. A 씨는 “연고가 없는 강원도로 가기 곤란해서 포기했는데 지금 보니 사기였다”고 말했다.

입시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부실대학을 통해 학력을 세탁할 수 있다며 성적이 낮은 수험생과 학부모를 현혹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폐쇄되는 대학의 재학생은 같은 광역단체에 있는 인근 대학의 동일 또는 유사학과로만 편입할 수 있다. 받아들이는 대학의 동의도 필요하다. 한마디로 ‘3류 대학’에서 좋은 대학으로 편입하기란 불가능하다. 교과부 관계자는 “폐쇄된 성화대의 경우에도 광주전남권 전문대의 비슷한 학과로만 편입을 제한해 재학생 가운데 절반이 편입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건동대는 8월 31일까지 학교 문을 닫겠다며 최근 교과부에 학교 폐지인가 신청서를 냈다. 건동대는 2010년 부실대학으로 지정됐고, 올해는 감사원으로부터 학위 및 학점 부당 수여, 수익용 기본재산 무단 처분 등을 지적당했다. 또 교원 충원율을 채우지 못해 올해 입학정원이 절반(158명)으로 줄어들었다. 교과부는 이 신청을 받아들일 방침이어서 건동대는 2학기 시작 전에 문을 닫게 된다. 4년제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는 것은 2006년 수도침례신학교 이후 처음이다.

한편 교과부는 전북 김제의 벽성대가 부당하게 부여한 학점(1424명)과 학위(837명)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달 말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학교 폐쇄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건동대와 벽성대가 폐쇄되면 명신대와 성화대에 이어 현 정부 들어 각각 세 번째와 네 번째로 문을 닫는 대학이 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입시 브로커#건동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