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온난화 덕?… ‘민통선 사과’에 파주-연천, 희망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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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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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기온 11도이하’ 경기북부 사과재배 최적지 부상

《 지구온난화가 많은 문제를 낳고 있지만 분단의 상처인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는 희망의 싹을 틔워주고 있다. 연천군과 파주시 등 경기 북부 민통선 지역은 온난화로 사과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지역경제에 ‘햇살’이 들고 있다. 군사시설보호법과 수도권정비법 때문에 개발이 막혀있고 농작물 재배도 고소득과 거리가 멀었지만 사과가 이 지역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

○ 희망의 나무를 심다

24일 오후 경기 연천군 미산면 백석리에서 17년 전 귀농한 안봉기 씨가 사과 묘목에 나무의 성장 방향을 잡아주는 클립과 추를 달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24일 오후 경기 연천군 미산면 백석리에서 17년 전 귀농한 안봉기 씨가 사과 묘목에 나무의 성장 방향을 잡아주는 클립과 추를 달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24일 오후 경기 연천군 미산면 백석리. 민통선과는 직선거리로 불과 3km가 채 안되는 곳. 17년 전 서울서 이곳으로 귀농한 안봉기 씨(71)는 심은 지 한 달도 안 된 사과 묘목에 클립과 추를 달아 나무의 올바른 성장 방향을 잡아주느라 분주하다. 일흔을 넘긴 나이지만 안 씨는 매일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안 씨는 지난달 5000여 m²(약 1500평)의 콩밭에 사과나무 680그루를 심었다. 1년 전에도 6600여 m²(약 2000평)의 콩밭을 갈아 그곳에 750그루를 심었다. 10여 년 동안 콩을 심어왔지만 1년 전부터 사과로 소득 작목을 전환한 것이다.

안 씨는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이 일대가 모두 콩 율무를 심던 밭이거나 그냥 놀리던 땅이었다”며 “기온이 올라가면서 사과를 재배하기 딱 좋은 지역이 됐다니 이 정도 고생은 참을 만하다”고 말했다.

백석리는 오래전부터 콩 율무 등의 작목을 심으며 생계를 이어가던 자연 부락이다. 하는 일에 비해 수입이 많지 않아 농민들의 생활은 팍팍했고 젊은 사람들도 희망이 없다며 하나둘 고향을 떠나갔다. 최근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할 정도로 재배가 눈에 띄게 늘었다. 민간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민통선 이북지역에도 5농가가 4ha 규모에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 온난화가 가져온 ‘사과 재배 최적지’


경기 북부지역이 사과 재배 최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사과는 대구 충주 예산이 대표적 산지로 꼽혔다. 사과는 평균기온 영상 11도 이하라야 고품질로 생산되는데 지구온난화로 경기 북부 지역이 주산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범적으로 소량 생산된 민통선 인근의 사과는 큰 일교차로 당도가 높고 육질이 단단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시중 대형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사과 당도가 12∼14브릭스(Bx)인데 이 일대 사과는 평균 15브릭스를 넘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 2000t은 대부분 포천시와 가평군에서 생산된 물량이다. 연천 파주에서는 대부분 심은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지금까지는 생산량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연천군 파주시 포천시 가평군 등 민통선 인근 4개 시군에 2015년까지 500ha 규모의 대규모 친환경 사과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가평 포천 지역에서 이미 재배하고 있는 200ha를 포함하면 700ha에서 사과가 재배되는 셈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각종 규제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은 지역이지만 온난화 덕분에 고소득 작목의 하나인 사과 재배가 가능해져 개발 못지않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사과 재배로 소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과는 1ha(3000평)에 연간 262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쌀(56만 원)보다도 4배 높다. 사과 단지 조성이 마무리 돼 농촌체험 등 관광농업과 연계하면 북부지역이 부자 농촌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민통선#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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