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출신 두 음악 거장의 ‘그윽한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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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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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금강산’ 최영섭 작곡가-인천시립합창단 윤학원 지휘자

1950년대 중반 사제지간이었던 최영섭 작곡가(오른쪽)와 인천시립합창단 윤학원 지휘자가 14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 커피콘서트에서 연주를 하고 대담을 나눴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1950년대 중반 사제지간이었던 최영섭 작곡가(오른쪽)와 인천시립합창단 윤학원 지휘자가 14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 커피콘서트에서 연주를 하고 대담을 나눴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고교 2학년 때 선생님께 화성악을 배웠어요. 그때 잘 배운 것이 합창을 지휘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있지요.”(인천시립합창단 윤학원 지휘자)

“숙제를 내주면 하루 2∼3시간만 자면서 일주일 만에 음악노트 1권 전체에 악보를 그려 오더라고요. 인천시립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이분은 제자라기보다 동료 후배라는 생각이 들어요.”(‘그리운 금강산’ 작곡가 최영섭 씨)

14일 인천종합문예회관 소극장 무대에서 인천 출신 노장 음악가 2명이 음악공연 중간에 무대에 올라 정겨운 대담을 나눴다. 관객 500여 명이 소공연장을 가득 메운 ‘커피콘서트’에 인천을 빛낸 두 음악인을 초청한 것. 한국의 대표적 가곡인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최영섭 씨(83)와 윤학원 지휘자(74)가 작은 원탁 앞에서 1950년대 중반 사제지간으로 지낼 당시를 회상했다.

최 작곡가는 인천여중고 음악교사로 지내면서 인천시립합창단의 전신인 인천시합창단과 인천 중구 내리교회(한국 최초의 감리교회)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윤 지휘자는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생일 때로 그에게 개인지도를 받았다.

윤 지휘자는 “선생님은 당시 인천의 ‘음악 스타’였는데, 너무 존경해서 걷는 모습을 몰래 흉내내기도 했다”며 최 작곡가가 모르던 비화도 들려줬다. 스승인 최 작곡가는 “사실 윤 지휘자가 노래도 잘했다”며 ‘즉흥 독창’을 권했다. 관객이 박수로 호응하자 윤 지휘자가 고교 시절 배웠던 가곡 한 소절을 부르기도 했다.

무대 뒤에선 두 사람의 발자취를 담은 사진 영상물이 나왔다. 최 작곡가는 영상편지를 통해 “윤 지휘자의 동정을 늘 지켜보고 있는데, 열심히 지휘하는 모습이 항상 든든하고 기쁘다. 대한민국 최고의 시립합창단으로 육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어 피아노로 자신의 대표곡인 ‘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해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그는 혼이 살아있는 듯한 독주를 마친 뒤 “90세가 다 돼 형편없는 연주 실력을 보이게 됐지만 ‘인천 사람을 나무라지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무대에 섰다”고 겸손해했다.

최 작곡가는 나이에 비해 아주 건강해 보였지만 이날 연주에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 심한 감기 몸살을 앓고 있었고, 며칠 전 넘어져 오른쪽 손목까지 살짝 삐었다. 더군다나 7년 전부터 전립샘암으로 투병생활을 해오고 있다. 이런 몸 상태이지만 설레는 맘에 이끌려 고향 사람들 앞에 섰다.

그는 이날 관객들에게 뜻깊은 선물도 전했다. 1961년 8월 26일 만든 ‘그리운 금강산’ 등 평생 동안 작곡한 210곡을 정리 수록한 3권짜리 가곡집을 추첨을 통해 3명에게 나눠주었다. 최 작곡가는 “‘세계 가곡의 왕’으로 불리는 슈베르트가 200곡을 약간 넘는 가곡을 만들었는데, 이 기록을 깼다”며 “추가로 55곡을 정리한 가곡집도 곧 출간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윤 지휘자의 지휘로 인천시립합창단이 아프리카 독일 미국 러시아 민요를 흥겹게 불렀다. 이어 동아콩쿠르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불러 대상을 차지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송광선 교수는 최 작곡가가 작곡한 ‘추억’ ‘사랑의 날개’ 등을 독창했다.

윤 지휘자는 “오늘처럼 인천 음악인과 함께 ‘예술 공감’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더 마련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커피콘서트는 인천종합문예회관이 매달 한 차례 수요일 오후에 진행하는 예술행사다. 관람료 1만 원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공연을 감상할 수 있으며 커피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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