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교환학생으로 간 여대생이 한글학교 봉사활동을 하고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전남대 경제학부 3학년 박미라 씨(22·여·사진)가 탄자니아에서 사고를 당한 것은 10일 오후 10시 반경(현지 시간). 전남대 최초의 아프리카 대학 교환학생으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대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박 씨는 이날 탄자니아 한글학교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뒤 한국인이 몰던 승용차를 타고 귀가하다 마주오던 차량과 부딪쳤다. 머리를 크게 다친 박 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뇌출혈로 사고 5시간여 만에 숨졌다.
박 씨는 지난해 전남대가 다르에스살람대와 교류 협정을 맺은 이후 첫 교환학생으로 뽑혀 6개월 일정으로 지난달 21일 출국했다. 탄자니아 옛 수도이자 무역항인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한 박 씨는 입학수속을 마친 뒤 곧바로 한글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출국하기 전 박 씨는 전남대에 교류학생으로 온 탄자니아 학생에게 한글학교에 대한 정보를 듣고는 현지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를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다. 박 씨가 봉사활동을 한 탄자니아 한글학교는 1975년 설립됐다.
박 씨의 학과 친구인 최아영 씨(22)는 “현지에 도착한 다음 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아프리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기쁘다’고 소식을 전하던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최 씨는 “아프리카를 그렇게 동경하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씨의 지도교수인 나주몽 교수(48)는 “미라가 ‘아프리카 교환학생 1호’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넓은 세계에 대한 도전정신이 남다른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동물보호운동에 앞장서고 자원 재활용 및 지구 온난화 방지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했다. 유엔 산하 환경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 전국대학생연합인 유넵엔젤(UNEP Angel) 광주지부장으로도 활동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멘토링 활동, 다문화 교류봉사 등 나눔 실천에도 열정적인 여대생이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박 씨 어머니와 학교 관계자는 13일 탄자니아로 출국했다. 유족 측은 시신 운구 등의 어려움으로 현지에서 화장한 뒤 유해가 한국에 도착하는 19일 대학 측과 장례절차를 논의하기로 했다. 김윤수 전남대 총장은 “고인이 생전에 보여준 도전과 봉사정신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며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명예졸업장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