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장인상 부의금까지도… 月100만원 벌어 30여만원 뜯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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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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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노점상들이 말하는 ‘관리회사’의 갈취 실태

12일 오후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 속에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이 길거리에서 곶감을 팔고 있다. 이곳 영세상인들은 수년간 남대문시장관리회사 직원들에게 관리비 명목으로 돈을 뜯겨온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2일 오후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 속에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이 길거리에서 곶감을 팔고 있다. 이곳 영세상인들은 수년간 남대문시장관리회사 직원들에게 관리비 명목으로 돈을 뜯겨온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 달 순이익이 100만 원 정돈데 이것저것 경비원에게 뜯기고 나면 70만 원도 안 남아요.”

12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기자와 만난 액세서리 노점상 김모 씨(56·여)는 경비원 말이 나오자 손사래를 쳤다. 그동안 ‘벼룩이 간 빼 먹히듯’ 관리비와 청소비를 비롯해 각종 경조사비 등을 빼앗긴 기억 탓이다. 괜한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면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경비원들의 결혼식이나 아들 돌잔치는 물론이고 장인상 등 시시콜콜한 경조사까지 챙겨야 한다”고 했다.

남대문시장관리회사가 노점상들에게 수억 원을 뜯어오다 11일 경찰에 적발된 데서 보듯 노점상인들은 관리회사의 손쉬운 갈취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명절 ‘떡값’과 일수 이자까지 내면서 한 달 순수입의 절반 정도를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경찰 단속 덕인지 이날 오전에는 노점상을 괴롭히는 경비원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김 씨는 한 달 평균 300만 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손에 쥐는 돈은 67만 원 정도라고 했다. 액세서리를 도매상에서 사는 데 약 200만 원이 들고 관리비와 청소비로 8만 원, 매달 내야 하는 천막 관리비 10만 원과 평균 경조사비 15만 원을 제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비들의 야유회나 휴가철이 되면 별도로 10만 원이 더 든다. 김 씨는 “지난해 1월 손수레를 바꿨는데 시중에서 20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는 손수레를 관리회사 경비들이 강매해 700만 원에 샀다”며 한숨지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 씨(46)의 사정도 비슷했다. 한 달 150만 원 정도를 남기지만 관리비와 청소비로 8만 원을 내고 구청 직원 등이 단속을 왔을 때 이를 조직적으로 막아주는 노조에 3만 원을 내야 한다. 최근에는 일수로 100만 원을 빌리면서 이자를 합쳐 한 달에 36만 원이 빠져나갔다. 요즘 일수꾼들은 밤에 전단지를 뿌리며 영업을 한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그는 “신용등급이 낮거나 은행 대출 절차를 잘 모르는 영세 노점상들은 여전히 일수 전단지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이달에는 설도 있으니 경비원들 명절 선물도 줘야 해 20만 원은 더 들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에는 경기도 나빠 시장 분위기마저 흉흉해지면서 노점상들의 어깨는 더 처져 있다. 점포 상인들은 노점상들이 자신들의 손님을 빼앗는다며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최근에는 노점상과 점포상인 간에 싸움도 잦다고 한다. 의류상가를 운영하는 최모 씨(56·여)는 “호황일 때 하루 300만 원씩 올렸던 매출이 최근 30만 원으로 줄었다”며 “그나마 경비들이라도 관리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상가가 노점상으로 넘쳐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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