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난꾸러기’에 빠졌다”… 도쿄돔 흔든 ‘근짱’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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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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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근석 日콘서트 대성황

장근석은 26일 오후 열린 일본 도쿄돔 콘서트에서 3층 객석 높이의 대형 기구에 올라 팬들에게 색색의 고무공을 던졌다. 작은 사진은 ‘프린스 월드’ 콘셉트로 꾸민 이번 콘서트에서 노란 붙임머리에 유럽 왕자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하고 나온 장근석. 트리제이컴퍼니 제공
장근석은 26일 오후 열린 일본 도쿄돔 콘서트에서 3층 객석 높이의 대형 기구에 올라 팬들에게 색색의 고무공을 던졌다. 작은 사진은 ‘프린스 월드’ 콘셉트로 꾸민 이번 콘서트에서 노란 붙임머리에 유럽 왕자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하고 나온 장근석. 트리제이컴퍼니 제공
“용사마(배용준)가 삶에 지친 일본 40∼60대 기혼 여성의 ‘위로자’였다면, 근짱(장근석의 일본 애칭)은 삶을 즐기고 싶어 하는 10∼30대를 ‘친구’ ‘연인’으로 사로잡았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만난 현지 대중음악 관계자는 “일본에서의 장근석 신드롬은 과장이 아니다. 오히려 과소평가돼 있다”고 했다.

연기자 겸 가수 장근석(24)이 26일 오후 도쿄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4만5000석의 객석이 빈틈없이 찼다. 공연은 그가 출연한 드라마 삽입곡과 일본 발표곡, 주석 버벌진트 등 게스트들과의 듀엣곡 등 노래 20여 곡이 줄기를 이뤘다.

이날 공연에서 장근석은 틈만 나면 ‘우나기(장어)’를 외쳤다. 장어를 먹으면 힘이 나듯 팬들의 에너지를 쪽쪽 빨아들여 뛰겠다는 뜻에서 그는 팬들을 ‘장어’로 불러왔다. 자전거를 타고 1, 2층 객석 사이를 5분 동안 질주하는가 하면 대형 기구에 올라 3층 객석 높이에서 색색의 고무공을 던졌다. 공연 중간에는 스스로 ‘프린스(왕자) 선포식’도 열었다.

공연이 끝나자 도쿄돔 앞은 VIP 주차장부터 진입로 밖까지 ‘근짱’을 배웅하는 ‘장어들’이 긴 줄을 만들며 장관을 이뤘다. 나바시 유코 씨(30)는 “(장근석은) 꾸밈없고 톡톡 튀는 맛이 있어 귀엽고 멋있다”며 “근짱의 인기가 용사마를 능가한다. 주변 지인들이 모두 근짱 얘기를 한다”고 했다.

장근석 인기의 도화선은 지난해 8월 점화됐다. 그가 주연한 드라마 ‘미남이시네요’가 후지TV에서 ‘이케멘데스네’라는 이름으로 방영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DVD 대여 건수는 450만 회에 달해 ‘겨울연가’를 눌렀다.

팬 미팅과 기자회견에서 그는 ‘아시아 프린스’라고 자칭하는가 하면 “미니스커트가 잘 어울리는 여자가 이상형”이라고 공언했다. 그 뻔뻔함이 예의 바른 일본 스타들에게서 찾기 힘든 ‘근짱’의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팬들을 약 올리고 괴롭힌다고 해서 ‘도에스’(심한 새디스트라는 뜻)라는 별칭도 붙었다. 한국에서 ‘허세’라고 폄하되던 자유분방함이 일본 팬들에겐 ‘크리’(critical의 줄임말로 치명적 매력이라는 뜻)로 다가간 것. 지난달 발매한 일본 데뷔 싱글 ‘렛 미 크라이’는 일주일 만에 11만9000여 장이 팔렸다. 남성 솔로 아티스트의 데뷔 싱글이 오리콘 주간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30년 4개월 만이었다.

그렇게 ‘근짱’은 일본 여성이 동경하는 한국인 남자상을 바꿔가고 있다. 용사마와 이병헌, 류시원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손 흔드는 ‘착한 한국 남자’를 보여줬다면, 근짱은 ‘종잡을 수 없는 장난꾸러기’라는 면에서 다르다. 종잡을 수 없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할 것 같다’는 ‘한국 남성 판타지’가 일본 여성들을 더욱 자극한다.

내년에는 ‘근짱 열풍’이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용사마 신드롬’을 일으킨 ‘겨울연가’의 연출자 윤석호 감독의 신작 드라마 ‘사랑비’를 촬영하고 있기 때문. 예정대로라면 내년 5월 일본 안방을 찾아간다.

26일 밤 공연을 끝낸 장근석은 강한 전자 음악이 흐르는 도쿄 긴자의 한 클럽에서 스태프와 뒤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저의 다음 일을 예상할 수 없어 호기심이 생긴대요. 늘 ‘안전빵’으로만 가면 재미없잖아요. ‘아시아 프린스’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안 오면 어때요? 되려고 노력해봤단 말은 할 수 있잖아요. 즐거우냐고요? 즐기면서 안 하면 저만 손해죠.”

도쿄=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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