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구 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이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입점을 놓고 논란을 빚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숭의운동장 내 홈플러스 입점과 관련 허가 권한을 가진 남구가 재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주 1회 휴무(휴장)’를 등록 허가 조건으로 내걸자 홈플러스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시재생사업비를 홈플러스 입주비로 충당하려는 계획이 어긋날 상황이 된 것이다.
○ 홈플러스 “신선식품은 못 팔게 돼”
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은 2008년 철거된 옛 숭의운동장(야구 및 축구장) 일대 9만70m² 터에 축구전용구장을 건설하고 인근에 752채의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짓는 도시재생사업이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홈플러스가 지난달 10일 제출한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 신청’에 대해 매주 수요일 휴장하는 조건으로 등록 허가를 내주겠다”고 밝혔다. 인근 재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정욱철 부장은 “전국의 대형마트 가운데 평일에 정기적으로 휴무하는 경우는 없다”며 “채소와 과일 등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식품은 하루 매장 문을 닫을 경우 엄청난 매출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개점하지 말라는 통보와 같다”고 말했다. 숭의운동장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도 홈플러스 입점 자체를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어 홈플러스의 입점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 구도심 주민 “상인들 소리만 듣나”
숭의운동장 개발사업이 흔들리면서 구도심권 주민들의 허탈감도 커지고 있다. 숭의동 광해리드빌 아파트에 사는 주부 임모 씨(33)는 “다른 구에 있는 대형마트를 가려면 택시까지 타야 한다. 재래시장에서 살 것이 있고 마트에서 구입할 물건이 따로 있다. 그런데도 구청장이 주민들의 뜻을 제대로 묻지도 않고 재래상인의 편에서만 판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민 정모 씨(54)도 “송도국제도시, 청라지구 등 신도시에 밀려 보잘것없는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는 지역이 남구”라며 “프로축구 경기가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붐비고 인근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낙후된 구도심의 모습도 달라질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재래시장 상인들처럼 앞에 나서 소리를 지르며 강력하게 항의를 하지 않는 다수 주민의 조용한 외침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연계사업 지연땐 시 재정부담 늘어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의 전용구장인 숭의운동장의 현재 공정은 87%. 앞으로 300억 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이 사업을 맡고 있는 ㈜에이파크개발(민간 건설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만든 특수목적법인)은 홈플러스 입점을 통해 380여억 원의 공사비를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차질이 생겨 공사 재개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연계 사업인 주상복합아파트와 상업시설의 건설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에이파크개발은 현재 1200억 원을 산업은행 등에서 빌려 이미 축구장을 짓는 데 썼다. 에이파크개발은 축구장 건립비 1120억 원 등 총 1650억 원을 인천도시개발공사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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