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예비고교 무료캠프… 1000만원짜리 홍보영상… 자율고 ‘신입생 모시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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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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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모집 앞두고 홍보전략 총동원
사회적배려대상자 인원 확보 비상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자율고)는 올해 1월부터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 준비에 들어갔다. 교사들은 십수 차례 학교로 나와 학교홍보 전략을 숙의했다. 지난해 신입생 모집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이유도 분석했다. 또 홍보전문업체와 정식계약을 맺고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이 학교는 ‘중3 대상 예비 고교 프로그램’을 올해 신입생 모집의 핵심전략으로 삼았다. 6,7월에는 교사들이 직접 서울지역 70여 개 중학교를 방문해 행사홍보를 겸한 이 학교 설명회를 가졌다. 8월에는 20여 개 중학교에서 온 후 1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박2일간 숙식을 제공하는 무료 학습·진로캠프를 학교 내에서 진행했다. 행사비용으로는 수천만 원이 소요됐다. 중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10월 중 다시 한번 실시할 예정이다.

이 학교의 A교사는 “지난해 신입생 지원이 정원에 미달하는 바람에 올해는 차별화된 학교 홍보 전략이 절실히 필요했다” 면서 “캠프에 참가한 중학생들과 해당 학교 교장, 교사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올해 신입생 모집에 학생들이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
최근 자율고가 신입생 모집을 위해 벌이는 홍보활동은 ‘전쟁’에 가깝다. 지난해 서울지역 26개 자율고의 신입생 모집 평균 경쟁률은 1.4대 1. 9개 학교는 추가모집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신입생 충원비율은 대부분 자율고엔 엄청난 ‘스트레스’다. 신입생이 적으면 수업료 수입이 줄고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운데다, 진학률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도 학교의 명성과 발전에 큰 장애물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신입생 충원비율이 정원의 60% 아래로 떨어질 경우엔 정부 예산지원을 받는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데, 정부 지원을 받고도 다음해 또다시 정원의 60% 아래의 충원율을 보일 경우 자율고 지정 자체가 취소되는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지난해 정원을 채운 자율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입생 모집을 위한 홍보에 들어가는 시기도 지난해보다 빨라졌고 투입 인력과 비용도 부쩍 늘었다.

학교홍보의 관건은 결국 ‘돈’이다. 5∼10분짜리 학교홍보영상물 제작을 전문 업체에 맡길 경우 500만∼1000만 원이 들어간다는 후문. 여기에 홍보팸플릿과 기념품까지 만들면 한 회 설명회 준비에 1000만 원을 넘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서울의 한 자율고 홍보담당 B 교사는 “올해는 홍보팸플릿 말고도 포스터 1000여 장을 추가로 만들었다. 지난해와 달리 교장, 교감이 직접 홍보에 나서 설명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신입생 모집을 위한 자율형사립고들의 홍보활동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열린 한 자율고의 입학설명회 현장.
신입생 모집을 위한 자율형사립고들의 홍보활동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열린 한 자율고의 입학설명회 현장.

치열한 홍보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차별화된 홍보 전략도 등장한다. 한 자율고는 중학생 대상 수학경시대회를 연다. 입상한 학생에게는 해당 자율고에 입학할 경우 등록금과 입학금 면제 혜택을 준다. 우수학생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인 셈.

대부분의 자율고에는 홍보전담부서와 담당자가 생겼다. 일부 자율고는 입학상담만을 위한 직통전화를 운영한다. C 자율고의 D 교사는 올해 초부터 ‘진학컨설턴트’라는 직책을 맡았다. 지난 1학기에만 중학교 40여 개를 다니며 학교 홍보를 겸한 중학생 대상 대입특강을 했다. C고의 홍보팀장은 “D교사는 현재 학교 교과수업은 맡지 않고 홍보업무만 전념한다”면서 “교사들에게 중학교를 할당해 배정한 뒤 지속적으로 관리토록 하는 학교도 생겼다”고 전했다.

올해 초 한 자율고의 홍보팀장이 된 E 교사는 4월부터 격월로 학교 홍보신문을 만들고 인근 100여 개 중학교에 발송한다.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 근처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들의 이름을 홈페이지를 통해 살피거나 전화로 일일이 확인한 뒤 그들 앞으로 홍보소식지 1000여부를 보냈다. E 교사는 “올해 1월부터 중학교 대상 홍보 및 입학설명회 준비를 위해 교사별로 홍보업무를 나눴다”면서 “3명씩 총 6팀으로 구성된 홍보설명 전담팀도 운영한다”고 말했다.

홍보 대상 지역도 넓어졌다. 지난해까지는 인근 지역 중학교를 대상으로 했지만 해당 지역 학생만으로는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지자, 원거리 중학생들까지 끌어올 필요를 느끼게 된 것.

서울의 한 자율고는 올해 학교와 제법 거리가 떨어진 양천구를 대상으로 집중 홍보를 펼칠 계획. 이미 양천구 중학교들에 홍보공문을 보냈다. 타 지역보다 양천구에 자율고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학교 F 교사는 “조만간 목동에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양천구 학생들의 통학에 어려움이 없도록 셔틀버스 운영을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지역 자율고 입학에서 정원의 20%를 차지하는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모집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배자 모집은 ‘경제적배려대상자’와 ‘비경제적배려대상자’로 나뉘는데, 지난해까지는 적잖은 학교가 사배자 정원의 상당수를 비경제적배려대상자에 속하는 ‘(3인 이상)다자녀가정자녀’로 선발한 것.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자녀가정자녀 선발인원을 전체 사배자 정원의 30%까지로 제한함에 따라 사배자 인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적잖은 자율고는 ‘특별전형’이라는 이름으로 중학교에서 설명회를 열고 등록금 면제와 장학금 수여 등의 혜택을 준다고 홍보한다.

한편 자율고 홍보 담당교사들은 홍보를 둘러싼 딜레마를 호소하기도 한다. 홍보를 통해 지원율을 높이려 하지만, 정작 지원율이 높아지면 최상위권 중학생들의 지원율은 낮아질 수 있어 우수학생 확보가 오히려 어렵다는 것.

서울의 한 자율고 홍보팀장 G 교사는 “자율고는 추첨으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므로 경쟁률이 높아질 경우 최상위권 학생들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외고로 지원해버리는 경향이 나타난다”면서 “지원율이 높아지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지나치게’ 높아지기를 바라지는 않는 모순적 현상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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