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수수 박태규 씨 구속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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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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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박씨가 도와달라 요청했지만 거절했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오른쪽)가 31일 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이 결정된 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오른쪽)가 31일 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이 결정된 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31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돼 온 박태규 씨(71)를 구속 수감했다.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사를 마친 박 씨는 오후 10시 10분경 서울구치소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도피한 것이 아니다. 손주를 보러 (캐나다에) 갔다”고 말했다. 또 “혐의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에 앞서 박 씨는 전날 밤늦게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법원에 포기서를 제출했다. 이 때문에 영장실질심사는 박 씨와 변호인, 검찰이 참석하지 않은 채 판사실에서 서류심사로 진행됐다. 박 씨는 “영장에 적힌 일부 금액이 사실과 다르지만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심사를 포기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59·구속 기소)에게서 로비자금 명목으로 17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은 올 4월 초 캐나다로 출국해 5개월 동안 도피생활을 하다 지난달 28일 자진 귀국한 박 씨를 체포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박 씨의 구속이 결정된 만큼 박 씨가 주도한 정관계 로비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정관계 인사들과 접촉한 구체적인 경위를 추궁할 계획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것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50·구속 기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국회의원은 박 씨가 해외도피 중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거래를 제의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씨가 4, 5월경 내가 잘 아는 사람을 통해 ‘내년에 민주당이 정권을 교체하는 데 도움을 줄 테니 나를 도와 달라’고 제안했다”며 “믿을 수 없는 사람의 말에 동조하면 내가 박 씨를 유혹했다고 (검찰과 한나라당이) 뒤집어씌울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박 씨가 현 여권 관계자들과 깊숙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박 씨가 말한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의 수사를 봐가면서 추가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부산저축은행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이 왜 1000억 원을 출자했는지, 부산저축은행이 왜 포항의 건설업체에 대출을 해줬는지 하는 것”이라면서 “여기에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며 이것이 이 사건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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