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오그라들고 뭉그러졌지만 그 손에서는 소박함을 담은 아름다움이 가득 우러나왔다. ‘소록도-행복한 웃음으로 피어나다’전의 개막식이 열린 19일 전남 고흥군 국립 소록도병원에서 한센병 환자 한 사람이 손을 들어 자신과 이웃들이 출품한 작품들을 가리켜 보이고 있다. 소록도=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오늘은 얼굴마다 웃음꽃이 피었다. 병동에서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정영숙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은 채 손가락이 하나도 남지 않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작품 ‘소록도 웃음’을 가리키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손톱에 분홍 매니큐어를 바른 유명순 씨는 ‘명순이 거’란 제목으로 만든 3점을 사람들에게 자랑하며 시종일관 싱글벙글했다.
19일 오후 2시 전남 고흥군 도양읍 국립소록도병원 본관 로비에선 아주 특별한 전시의 개막식이 열렸다. 고흥군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이 기획한 ‘소록도-행복한 웃음으로 피어나다’전. 한센병 환자들과 주민, 간호사와 직원 등 50명이 완성한 90여 점을 21일까지 선보이는 자리다. 손발이 불편해 평생 붓 한 번 잡을 기회도 없던 환자들이 각자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낸 작가가 된 셈이다.
곽형수 관장은 “병원 로비에서 초대작가들의 작품전을 열면서 환자들을 위해 3회에 걸쳐 전시 연계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생각나는 대로 마음을 표현해 보라고 권했는데 완성된 작품들이 행복과 웃음, 사랑 등 한결같이 밝고 긍정적 내용을 담고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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