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난초촌 ‘CCTV’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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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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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 “사생활 침해” 반발
市-경찰, 3대중 1대 설치

7일 강원 춘천시가 근화동 성매매업소 집결지에 CCTV 설치를 시도하자 업주와 여성들이 몰려나와 반발하고 있다. 시는 3대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이들의 반발로 1대만 설치하는 데 그쳤다. 춘천시 제공
7일 강원 춘천시가 근화동 성매매업소 집결지에 CCTV 설치를 시도하자 업주와 여성들이 몰려나와 반발하고 있다. 시는 3대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이들의 반발로 1대만 설치하는 데 그쳤다. 춘천시 제공
강원 춘천시의 마지막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일명 난초촌 철거를 둘러싸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춘천시와 춘천경찰서는 이달 1일부터 근화동 난초촌에 대해 무기한 단속에 들어갔다. 이번 단속은 성매매업소가 모두 폐쇄될 때까지 계속된다. 업소에는 이달 말까지 자진 철거해 줄 것을 최후 통보했다.

그러나 업소들은 단속 유예와 생계 대책을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5일 춘천시가 성구매자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를 시도하자 업주와 여성들이 일제히 몰려나와 충돌이 빚어졌다. 춘천시는 이날 업소 주변에 CCTV 3대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시는 7일 다시 CCTV 설치에 나섰지만 업소들의 반발로 1대만 설치하는 데 그쳤다. 업소 관계자들은 “CCTV 설치는 성매매 여성들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인권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난초촌 철거에는 시민단체들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성매매 피해 상담기관인 춘천 길잡이의 길을 비롯해 97개 기관 단체가 참여한 범시민협의체는 8일 브라운5번가에서 ‘건강한 성문화 조성을 위한 범시민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참여단체들은 난초촌 폐쇄를 촉구하는 결의 구호 제창과 탈(脫)성매매 여성 체험 발표 등에 이어 도심 거리를 돌며 성매매 근절 홍보 전단을 배포했다.

성매매 여성 모임인 전국한터 춘천지부는 5월 31일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 ‘춘천 성노동자 생존권 결의대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몰려온 450여 명의 성매매 여성들은 난초촌에 대한 단속의 3년 유예와 생계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난초촌 철거는 경춘선복선전철 개통 후 지역 이미지를 살리고 건강한 성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1950년대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생겨난 난초촌은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현재까지 15개 업소, 40여 명의 여성 종사자가 영업을 해 왔다. 특히 춘천역 인근에 위치해 전철 개통 이후 춘천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민원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광준 춘천시장은 “성매매 여성이 원할 경우 취업을 알선하고 다양한 기술 교육을 받게 해주겠다”며 “난초촌을 철거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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