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반시설 없이 아파트만 덜렁” 청라주민 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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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업무타운-지하철 연결 분양광고대로 된 것 없어”
영종 주민들 소송추진 이어 항의 집회 등 반발 확산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영종도와 청라지구에서 대형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무산되면서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도시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아파트 건설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 아파트 입주자와 입주예정자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분양 사기’ 논란에 대한 책임을 가리기로 했고, 영종도∼청라지구 제3연륙교 조기 착공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연이어 열고 있다.

특히 국토해양부가 제3연륙교 건설 타당성에 대한 용역조사 최종 결과를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미 ‘건설 불가’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지역 민심이 흉흉해진 상태다. 또 올해 초 경제자유구역 해제 대상에 포함된 영종도 미개발지에 대한 아무런 후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주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청라지구 아파트연합회는 이달 말 청라지구 개발 시행자인 LH 본사를 찾아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국제업무타운과 로봇랜드 건설,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등의 분양 광고가 하나도 이뤄진 게 없다”고 주장한다.

영종도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조직화되고 있다. 영종발전협의회 등은 먼저 공항철도, 공항고속도로 요금체계의 불합리성을 따지기 위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기로 했다. 주민 김기호 씨(60)는 “자가용으로 서울을 갔다 오려면 통행료만 하루 1만5000원을 내야 하고, 공항철도는 다른 노선과 비교해 환승할인 혜택도 없어 턱없이 높은 요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서울역 구간 공항철도 요금이 3700원인 데 비해 이보다 거리가 먼 서울∼천안 구간 지하철 요금은 2500원이라는 것. 주민들은 다른 구간과의 형평성에 맞춰 공항고속도로 통행료나 공항철도 요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영종도 주민들은 대형 개발사업의 잇따른 무산을 사기분양, 과대광고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제3연륙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영종도와 청라지구에서 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체들은 길이 4.85km, 폭 27m 규모인 제3연륙교 건립비용으로 5000억 원을 낸 상태다. 이로 인해 분양 당시 제3연륙교가 올 하반기 착공돼 2013년 말 개통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인천시도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제3연륙교를 부분 개통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민자로 건설된 인천대교와 영종대교의 교통량이 목표 연도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어 제3연륙교 개통 시기를 최대한 미뤄야 한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제3연륙교를 건설하려면 2개 민자도로의 적자 손실보전금(최소 수입보장금) 2조 원을 정부 또는 인천시가 분담해야 하는데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밖에 영종도에서 추진된 영종브로드웨이, 밀라노디자인시티, MGM 스튜디오 개발사업 중단에 따른 책임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내년 7월부터 입주가 본격화하는 영종하늘도시 아파트연합회는 1200채의 입주예정자 서명을 받아 분양사기 관련 소송을 다음 달 초 내기로 했다. 이들은 최근 영종하늘도시의 기반시설 준공 시기를 연장하기로 한 LH 본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영종하늘도시 아파트연합회 정시운 회장은 “영종하늘도시는 현재 황량한 벌판 위에 아파트만 짓고 있다”며 “도로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의 완공 시기가 당초 2012년에서 2년 연장돼 내년에 입주할 주민들의 걱정이 태산 같다”고 전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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