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헌팅’… “걸그룹 팬카페 사들여 부동산사이트 등 바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회원 1명당 10원씩”…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올해 2월 갑자기 부동산 관련 사이트(아래)로 돌변한 소녀시대 멤버 효연의 팬카페. 인터넷 화면 캡처
올해 2월 갑자기 부동산 관련 사이트(아래)로 돌변한 소녀시대 멤버 효연의 팬카페. 인터넷 화면 캡처
‘소녀시대’ 멤버 수영의 팬카페 회원이던 A 씨는 최근 팬카페 ‘키튼퀸시’에 들어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카페가 자격증 관련 학습 사이트로 바뀌어 있었던 것. 1만 명 넘는 다른 회원도 모두 영문을 몰랐다. A 씨는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사이트 운영자가 돈을 받고 회원정보와 함께 사이트를 팔아넘긴 것 같다는 소문만 들었다.

○ 소녀시대도 울린 ‘카페 헌터’


다른 소녀시대 팬카페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이에 앞서 2월에는 멤버 효연의 팬카페 ‘레인보우’(회원 6000여 명)가 하루아침에 빌라 월세 관련 카페로 바뀌었다. 카페 회원들은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이미 바뀐 운영자는 묵묵부답으로 기존 카페 게시물들을 지우고 반발하는 팬들은 강제로 탈퇴시켰다. 지난달 말에는 회원 10만 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태연 팬카페 ‘화이탱’도 갑작스레 카페 운영자가 바뀌면서 휴대전화 판매 사이트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회원은 “새 운영자가 회원들에게 휴대전화 기종을 입력하게 하고 휴대전화 판매 이벤트를 벌이는 등 돈벌이를 하려 한다”며 “기존 운영자가 회원 수를 탐낸 새 운영자에게 돈을 받고 카페를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카페 매매는 연예인 팬카페처럼 회원 수가 많은 대형 카페가 주요 대상이다. 회원 수가 많을수록 검색 결과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홍보가 필요한 업체 또는 기존 회원들을 상대로 물건 판매 등 돈벌이를 하려는 사람들이 카페 매입에 나서는 것. 이 때문에 하루아침에 자격증 정보 카페가 유방성형 전문병원 카페로, 유명 온라인게임 이용자 모임 카페가 휴대전화 공동구매 카페로 바뀌는 일이 다반사다.

온라인게임 친목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최근 ‘회원 한 명당 10원씩 주겠다. 카페를 팔 생각 있으면 쪽지를 달라’는 e메일을 8통이나 받았다”며 “카페는 내가 만들었지만 회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이기 때문에 거부했다”고 말했다.

○ 회원들 “이게 웬 날벼락이냐”

회원들은 그동안 열심히 활동하던 카페가 한순간에 사라지자 “추억을 뺏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대학 새내기 때 가입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온갖 추억을 담은 카페인데 이제 강제탈퇴를 당해 접근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오랜만에 로그인한 친목도모 카페가 재혼 정보 카페로 바뀌어 있어 부인에게 괜한 오해를 샀다”고 말했다.

‘추억 도난’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및 저작권 침해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최근 대형 카페들에서는 회원 간 물물교환을 위해 연락처나 주소를 공유하는 일도 잦고 단체 모금 및 후원을 위해 계좌번호를 공개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포털사이트는 돈을 받고 카페를 매매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매매가 비공개적으로 이뤄져 이를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

NHN 측은 “카페 운영자에게 회원 개인정보 접근 권한은 없지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게시판에 올린 개인정보는 일일이 보호할 수 없다”며 “카페 매매로 인한 회원들의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관계자는 “카페 매매가 어디까지나 회원과 운영자 간 민사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는 직접 개입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의뢰할 것을 권유한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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