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I지수로 분석한 학계 현주소/자연계]과학계 친목단체가 정부지원금 ‘나눠먹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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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지원예산 年30억원… 과기단체총연합회가 집행권
학회 옥석 안가리고 나눠줘

과학기술 논문의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부는 이 분야의 학술지 발행에 해마다 30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

학회에 예산을 나눠주는 기관은 과학기술계 학회·단체 모임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거의 모든 학술지가 지원받아 과학기술계 내부에서도 ‘나눠먹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학술지에 연간 1500만 원까지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35억 원, 올해 32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사업은 한국연구재단이 담당하다가 2010년부터 한국연구재단과 과총이 각각 인문사회 및 과학기술 분야를 집행하게 됐다. 연구재단의 지원금과 과총의 지원금을 이중으로 받는 학회가 많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과총은 과학기술계 학회의 친목·권익 증진을 위한 민간단체인데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모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모 대학 교수는 “지원 예산 집행 기관과 수혜 기관이 같은 셈인데, 결국 나눠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한 학술지에까지 예산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난해 과총이 지원한 학술지는 452개 학회가 발간한 476종. 전체 과학기술계 학술지 612종 가운데 78%에 이른다. 학회 1곳당 1종의 학술지만 지원한다는 원칙이 있는 데다 지원자격을 갖추지 못한 학술지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학회가 지원받는 셈.

이에 대해 과총 관계자는 “많은 곳은 1억 원도 받지만 적은 곳은 몇백만 원 지원에 그치므로 무조건 나눠 갖기라고는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총이 예산 집행권을 얻기 위해 사전 작업을 했다고 주장한다. 과총의 실질적인 살림을 담당하는 임기 3년의 사무총장직을 2004년부터 3차례 연속으로 과학기술부와 교과부 출신 1급 공무원이 맡았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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