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모터감속기 결함”… KTX-산천 첫 리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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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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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11일 국산 고속철인 ‘KTX-산천’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사실상 ‘리콜’을 요청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KTX-산천 2호차에서 확인된 모터감속기 결함. 특정 차량의 일부 부품에서 발견된 결함이지만 코레일은 인도받은 전체 철도 차량의 정밀 재점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레일이 차량 전체의 재점검을 요청하기는 처음이다. 이번 요청은 운행 1년여 만에 수십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고장을 낸 KTX-산천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 잇따른 고장에 ‘경고’

코레일에 따르면 7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속철도 차량기지에서 운행을 준비 중이던 KTX-산천 2호차를 검수하는 과정에서 모터감속기 고정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이 균열은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여서 모터감속기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었다고 코레일은 설명했다. 모터감속기는 주동력장치(모터블록) 동력을 제어하는 주요 구성장치. 무게가 0.5t으로 고속 주행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면 열차 탈선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코레일은 즉각 KTX-산천 2호차 운행을 중단했다. 다행히 다른 열차에서는 같은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코레일은 KTX-산천 2호차를 비롯해 운행 중인 19편성(대) 전체에 대해 정밀 재점검을 결정했다.

이런 결정에는 그동안 잇따른 고장 및 사고에 대한 코레일 측의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1월 양산차 생산을 시작한 KTX-산천은 시험기간을 거쳐 지난해 3월 정식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1년을 조금 넘긴 이달까지 41차례나 크고 작은 고장을 일으켰다. 올 2월에는 경기 광명역 근처 일직터널 안에서 처음으로 탈선사고가 나기도 했다.

코레일 내부에서는 KTX-산천의 잦은 고장으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자 현대로템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 측은 “해당 열차는 수리를 시작했다”며 “정확한 고장 원인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해외 진출 ‘걸림돌’

2500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KTX-산천은 국산화율이 87%에 이른다. 기존 KTX는 프랑스 알스톰사가 현지에서 제작해 들여오거나 국내에서 조립한 열차다. 시속 3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고속철 개발은 KTX-산천이 세계에서 4번째. 한국형임을 알리기 위해 토종 어종인 산천어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기존 KTX가 20량을 고정 편성하는 반면 KTX-산천은 10량을 기본으로 차량을 추가로 연결할 수 있다.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해 경량화한 것도 특징이다.

현대로템은 이런 장점을 내세워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 중인 브라질 미국 등지에 진출을 노리고 있다. 브라질과 미국 고속철도 사업비는 약 190억 달러에 이른다. 그동안 잦은 고장 및 사고 때 코레일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배경이 KTX-산천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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