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시신’ 자살에만 초점 맞추는 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9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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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혼자 못박고ㆍ수동 드릴로 손에 구멍내고..경찰 "재연해 확인"

지난 1일 경북 문경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숨진 채 발견된 김 모 씨(58) 사건과 관련해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타살이나 자살 조력자와 관련된 정황과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짜맞추기식 수사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4월4일 경기 평택의 차량출고장을 찾아 자신이 산 사륜구동 새차를 인수했다.

김씨는 새차를 인수해 의자에 수건을 덮고 종교의식을 치른 뒤 동행한 가족에게 "차를 사라. 내가 하는 의식을 잘 봐뒀다가 똑같이 해라."라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했다면 굳이 새차를 구입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 김씨가 발판 위에 자신의 발에 못을 박은 점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은 못이 비스듬하게 박혀 있고, 발이 십자가에서 떨어져 있어 지난 7일 자체 재연을 해 본 결과 혼자 못을 박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판 크기가 김씨의 발 크기인 260㎜였기 때문에 뒤꿈치가 십자가와 떨어져 있었다고 해도 자세가 불편해 스스로 못을 박기 쉽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박기 쉬운 형태인 일자(ㅣ)형 일반못을 쓰지 않고 굳이 박기 어려운 형태인기역(ㄱ)으로 굽은 못을 쓴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은 펜치로 못을 고정하고 망치로 두드리면 가능하며, 굽은 곳에 망치 자국이 남아 있다고 밝혔지만 굽은 못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손에 구멍을 낼 때 전동드릴이 아닌 수동드릴을 사용한 사실을 놓고서도 아픔을 참고서 실행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발에 먼저 못을 박았다면 그 고통 때문에 손에 구멍을 뚫기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종교적 신념이 있었고 일시적 마비증세를 불러오는 심장약을 먹어서 고통을 참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경경찰서 김용태 수사과장은 "CCTV 7곳에 찍힌 장면을 분석한 결과 혼자 문경지역을 다녔고 지난달 14일 우체국 외에도 다른 금융기관 2곳의 계좌도 해지했으며 개인택시도 판매하는 등 신변을 정리한 정황이 나왔다"며 "재연 결과 혼자 자살을 실행할 수 있었던 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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