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시신’ 실행계획서에 관심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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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8일 1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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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김모 씨의 시신이 발견된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2리 둔덕산 일대. 경찰은 이 일대가 예수가 처형당한 골고다 언덕의 지형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문경=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김모 씨의 시신이 발견된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2리 둔덕산 일대. 경찰은 이 일대가 예수가 처형당한 골고다 언덕의 지형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문경=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1일 경북 문경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숨진 채 발견된 김모 씨(58) 사건과 관련해 사망 경위에 여러 추측이 나오면서 김 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실행계획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문경시 농암면의 한 폐채석장에서는 십자가에 매달린 김 씨 시신과 함께 10여m 떨어진 텐트 안에서 김씨 필체로 추정되는 메모 3장이 발견됐다.

십자가 제작도 2장을 제외한 나머지 1장은 실행계획서로 모 자동차회사 마크가 찍혀 있다.

김 씨의 딸은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 필체가 맞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자세한 필적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이 계획서는 맞춤법이 틀린 곳도 있지만 개략적으로 김 씨가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순서가 기록돼 있다.

계획서는 '①발→무릅(무릎의 오기) 묶고', '②○○(성기) *채찍으로 39번', '③허리 묶고, 가슴 묶고', '④떨기', '⑤손 구멍 팔굽(팔꿈치의 오기) 걸고 손 박고' 등 행동 순서가 기술돼 있다.

그는 또 계획서에 실행 시각을 적어놓았고 거울과 검, 송곳, 기둥 끈, 손걸이, 왕 팻말 등을 미리 준비한다는 내용도 써 놓았다.

계획서대로 실행했다면 김 씨는 오전 4시50분에 텐트에 불을 켜고 오전 5시부터 20분간 십자가 기둥을 세웠으며 10분간 끈을 달거나 거울을 다는 등의 준비를 했다.

이어서 그는 발에 못을 박고서 무릎에 끈을 묶은 뒤 성기를 채찍으로 39회 쳤다.

또 허리와 가슴에 끈을 묶고서 손에 구멍을 뚫고, 다시 미리 박아 놓은 십자가 못에 손을 걸었다.

실행계획서에 내용이 직접 기술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준비물에 검이 포함된 점으로 미뤄 마지막에 자신을 찌르고 목을 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행계획서 가운데 자신의 성기를 채찍으로 39번 때린다는 내용과 관련해 기독교나 유대교 전문가는 유대인 사이에 회개의 표시로 자발적으로 39회 채찍으로 치는 관습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행계획서가 김 씨의 것이 아닐 수도 있고, 김 씨의 것이라 하더라도 조력자의 존재와 직접 연관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김 씨 시신을 처음 발견한 전직 목사 주모 씨(53)는 7일 오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김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와 십자가 도면 사진을 올리고서 그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추측해 써놓았다.

주 씨는 "교인들은 음욕을 품을 간음이란 죄의식에서 해방될 수 없으며 죄의식의 고뇌를 가져본 자는 성기를 채찍으로 때리며 죽어가야 하는 이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른아홉 번은 예수가 사십에서 하나를 감한 채찍을 군병에게 맞았을 때를 따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 씨는 "큰 충격과 의문 속에서 현장을 지켜볼 때 무엇 하나 놓치려 했겠는가"라며 "그때 느꼈던 것을 그대로 기록했으니 나머지 의혹은 여러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변사자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지만 변사자 외에 다른 사람의 관련성이 정황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며 "실행계획서는 필적 감정분석이 나와 봐야 김 씨가 쓴 것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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