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기업 지역기여 ‘부담’주면 역효과

  • 동아일보

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대구시가 최근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를 열어 ‘지역 기여도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대구에서 영업하는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대구 지역의 △금융기관 이용 △생산품 매입 △각종 용역 발주 △고용 창출 △지역 업체 입점 확대 △이익 환원 등에 적극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구의 대형 유통업체 25곳을 조사해보니 지난해 매출 규모가 2조6000억 원가량인 데 비해 전반적으로 지역 기여도가 상당히 저조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정책은 대형 유통업체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중소업체나 전통시장, 동네 상권을 보호하는 측면 등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구시가 유통업체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이 있다고 해서 “우리 지역에서 영업하니 기여를 많이 하라. 대구에서 번 돈은 대구에서 최대한 쓰라”는 식으로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인접한 경북도를 포함해 전국 자치단체들이 모두 ‘기업 하기 좋은 도시’를 내세우며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서도 그렇다.

최근 투자 유치 관련 부서를 대폭 강화한 대구시는 25일 국내외 기업 유치 전문가 36명을 ‘대구시 투자유치자문관’으로 위촉했다. 국경 없이 어디로나 갈 수 있는 기업의 투자를 대구에 유치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 조건 중에 ‘지역 분위기’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어떤 지역이 끼리끼리 분위기가 강한 배타적 지역이라면 투자도 머뭇거릴 수 있다. 있던 기업도 떠날 수 있다. 배타적인 지역에는 관광객도 오기 싫을 것이다.

지역(地域)은 전체 속의 일정한 공간이라는 뜻인데, 지역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전체’가 조금씩 사라질 수 있다. 유목민 사회에 전해오는 ‘성(城)을 쌓으면 망한다’는 말은 지금 같은 지구촌 시대에 더욱 와 닿는 말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대구에 기여하고 기업 투자도 이어지려면 개방적인 지역 분위기도 든든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대구시부터 좁은 성 안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넓고 개방적인 리더십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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