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대학생 전공 살린 ‘아름다운 MT’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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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요리경연… 마을CF 제작… 미용 봉사…

“이렇게 고마울 때가 어디 있당가. 내년에도 꼭 또 오소잉∼.”

1일 오전 전남 영암군 미암면 부암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에서 버스에 오르는 대학생들과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 듯 한동안 손을 놓지 못했다. 이날은 호남대 다매체공연영상학과 학생들이 신입생환영회(MT)를 마치고 떠나는 날이었다. 주민들은 학생들과 함께 한 2박 3일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시골마을을 찾아준 것도 고마운데 배추밭에서 일손을 거들고 밤에는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이장 김영식 씨(52)는 “스마트폰으로 영상편지를 만들어 자녀에게 보내주고 마을 CF도 함께 제작하면서 시골마을이 온통 잔칫집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호남대의 전공과 연계한 지역 봉사형 MT가 주민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호남대는 3년 전부터 학과별 신입생환영회 이벤트 공모전을 열고 있다. 술 마시고 훈련받는 과거 MT 문화에서 벗어나 지역민에게 감동을 주고 학생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올해는 전체 42개 학과 가운데 다매체공연영상학과 등 15개 학과가 선정돼 580만 원을 지원받았다.

전국 유일의 축구학과는 지난달 말 전북 부안군 격포초등학교를 찾아 축구교실을 열었다. 조리영양학부는 전남 화순군 금호리조트에서 홀몸노인을 위한 웰빙요리경연대회를 열고 집을 방문해 음식을 대접했다. 생물학과는 장흥군 부산면 천관산 일대에서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올무와 덫, 그물 등 불법 밀렵 도구를 수거했다. 물리치료학과는 구례군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장애인에게 물리치료와 목욕봉사를 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 마을을 찾은 뷰티미용학과는 노인들에게 무료 미용봉사를 하고 조별로 헤어쇼를 선보였다. 다매체공연영상학과 1년 윤태경 씨(24)는 “MT 하면 놀고먹는 행사로만 알았는데 전공과 연계한 다양한 경험이 앞으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호남대는 전공실습·봉사형 MT가 건전한 대학문화로 자리 잡도록 내년부터 학과와 지원금을 늘리기로 했다. 박상철 호남대 기획처장은 “선행 현장학습 효과와 지역에 봉사한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게 가장 큰 성과”라며 “학생과 교수, 지역민이 MT로 하나가 돼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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