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인근 식수 70여곳 오염

  • 동아일보

관정 3000곳중 143곳 부적합… 환경부 “침출수와 무관”
전문가 “단정 못해” 반박

전국의 구제역 가축 매몰지 인근 관정 143곳에서 기준치 이상의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이 중 절반가량은 식수용 관정이어서 환경당국은 주민들에게 지하수를 마시지 못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29일 “국립환경과학원이 가축 매몰지 반경 300m 안에 있는 관정 3000곳의 지하수를 검사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143곳의 관정에서는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염소이온, 대장균 등 지하수의 오염 여부를 나타내는 4개 항목 중 2개 이상 ‘마실 수 있는 물’ 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하지만 정밀분석한 결과 침출수로 인한 영향은 없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분석을 맡은 환경과학원 측은 “암모니아성 질소, 질산성 질소, 염소이온 등 3개 지표가 허용 기준치를 넘어 급증해야 침출수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됐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143곳 모두 3개 지표가 동시에 증가한 사례는 없었다”며 “축산폐수나 화학비료에 의한 오염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정규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환경부 기준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침출수에 의한 오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최근 환경부가 다른 조사기법(가축 사체 유래물질과 총유기탄소 기준)으로 경기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매몰지 주변 지하수를 분석해 침출수 오염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환경전문가들은 앞으로 지하수 오염 시점과 대량 가축 매몰 시점의 시간차 분석, 축산폐수나 화학비료로 인한 오염과 침출수로 인한 오염을 분간하는 기법 보강 등 좀 더 세심한 분석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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