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1000원짜리 백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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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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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해뜨는 식당’ 8개월째 운영 김선자 씨, “힘든 사람들 힘내기를”

“어려운 사람들이 반찬은 없지만 따뜻한 밥을 먹고 기운을 차리면 좋겠네요.”

16일 낮 광주 동구 대인시장 주차장 인근 허름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난로 위에 놓인 큰 냄비에서 끓고 있는 구수한 시래기 된장국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10개 남짓한 의자에는 밥을 먹고 있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반찬은 배추겉절이 무나물 깍두기와 된장국으로 소박하지만 정갈했다. 이곳은 1000원짜리 백반만을 파는 대인시장의 명물 ‘해뜨는 식당’이다.

이 식당을 8개월째 운영하고 있는 김선자 씨(69·사진)는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도 당당하게 돈을 내고 먹을 수 있고 돈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밥값을 1000원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된 대인시장을 더 많은 사람이 찾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해뜨는 식당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손님은 하루 평균 90명꼴. 노인이 많고 일용직 근로자나 학생들도 찾는다. 하루 매출액은 평균 9만 원. 쌀이나 반찬 재료를 구입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하루에 20kg들이 쌀 한 포대가 들어가는 데다 이틀에 한 번꼴로 김치나 깍두기를 담가야 한다. 김 씨는 “1, 2kg짜리 월동배추가 1만 원이나 할 만큼 물가가 올라 반찬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주방보조 아주머니에게 차비 수준이라도 월급을 줘야 하고 수도, 전기, 가스요금까지 치면 팔면 팔수록 손해다. 김 씨는 큰아들(42)과 작은아들(34)이 보내주는 한 달 용돈 80만 원으로 적자를 보충하고 있다.

김 씨는 “아들들이 사서 고생을 한다며 싫은 내색을 한다”며 “젊을 때는 직장생활이 바빠 자식들에게 따뜻한 밥도 차려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1000원짜리 백반이 입소문을 타면서 밥값을 더 내거나 쌀, 배추 등을 후원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어 작은 보탬이 되고 있다.

김 씨는 “1000원짜리 백반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일흔다섯까지 식당을 하고 싶은데 정부에서 설거지를 도울 사람이라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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