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들의 뻔뻔한 고액체납 사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9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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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02년부터 2004년에 걸쳐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인근의 토지를 무더기로 사들였다.

세종시 추진으로 땅값이 오르자 2006년 A씨는 토지 8필지를 팔아 35억원의 거액을 챙겼다. 하지만 A씨는 "남아있는 재산이 없다"며 양도소득세 등 무려 22억원 어치의 세금을 체납했다.

소득이 없다던 A씨는 고가의 승용차를 보유하고 해외여행을 수차례 다니는 호화생활을 누렸다. A씨가 재산을 은닉했을 것으로 확신한 국세청은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A씨가 18억원의 빚을 갚고 7억원을 지출한 후 10억원 가량을 은닉한 것으로 추정했다. 과연 A씨가 가족에게 현금 3억원, 부동산 4억원 어치를 증여한 사실이 드러났고 국세청은 이에 대한 체납처분에 들어갈 방침이다.

A씨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 거액의 재산을 은닉한 후 세금을 고의로 체납하는 부도덕한 부유층이 얼마나 많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전지방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대전청 관할 내에서 대규모 토지보상금을 받은 후 1억원 이상의 세금을 체납한 사람이 31명에 달한다. 대전청은 이중 8명에게서 13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고액 체납의 신종 수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검은머리 외국인' 수법이다. 이는 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 고액의 세금을 의도적으로 체납한 후 재산을 가족 등에게 몰래 넘겨주고 해외로 이주해 버리는 수법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B씨는 고액 체납자이지만 B씨의 아들은 국내에서 호화스런 사치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수상히 여긴 국세청은 B씨와 관련된 자금 흐름을 면밀히 추적한 끝에 B씨가 아들에게 거액의 재산을 증여한 사실을 밝혀냈다.

국세청은 B씨 아들의 금융 재산에 대한 보전 압류 조치를 취하고 증여된 재산은 증여세를 물릴 방침이다.

이 같은 `검은머리 외국인' 수법은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재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때는 반드시 관할 세무서를 거쳐야 하지만, 외국 시민권자는 영사관 서명만으로 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또 이들이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할 때는 재외국민 등록번호, 여권번호, 거주지국 납세자번호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매번 다른 번호를 사용하면 그 추적이 쉽지 않다.

국세청은 재외 국민의 고유번호 전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역외 체납에는 이밖에 ▲체납 발생 전후 외국 영주권을 획득해 외국인 등록번호를 부여받아 다시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 ▲국내 부동산 매각 후 양도세 등을 내지 않고 해외 부동산을 취득 ▲국내에서 근로나 사업을 하는 외국인으로서 세금을 내지않고 본국으로 영구 출국하는 경우 등이 있다.

국세청은 이 같은 부유층의 고액체납에 대한 강력한 추징 의지를 밝히며, 체납처분을 직접 집행하는 전담조직인 `체납정리 특별전담반'을 출범시키고 9일 발대식을 가졌다.

국세청 본청의 전담팀과 각 지방청 산하 총 16개팀, 174명으로 이뤄진 특별전담반에는 은닉재산 추적에 대한 전문성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진 정예 요원들이 배치됐다.

이날 발대식 격려사에서 이현동 국세청장은 "더 이상 고의로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행위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도록 체납정리 특별전담반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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