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내신제도 개선 시안 무슨 내용 담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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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KEDI)이 18일 오후 정책토론회에서 교육계에 공개한 '중ㆍ고교 학사관리 선진화방안'의 핵심은 내신제도를 전면 개선해 교육 수준을 높이고 대학입시에서의 학교 내신성적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내신의 '객관성'을 중시해 2005년 도입했던 내신 상대평가제는 폐기해 2014년부터 절대평가제로 바꾸고 학업 성취수준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학생은 다시 공부를 시켜 전체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런 방안은 사교육 억제와 대학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대입 전형 다양화라는 현정부 교육정책의 핵심 목표를 이루려면 공교육 현장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선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중고교 교육 현장에 대한 대학과 학생, 학부모들의 신뢰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을 거쳐야 정책 확정 및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이날 공개된 '중ㆍ고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의 주요 내용과 취지.

◇내신 절대평가 = 고교의 경우 현행 9등급제는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운 후비율을 나눠 등급을 매기는 상대평가제인 만큼 학생들 간의 점수 경쟁을 심화해 결국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는 것이 교육개발원의 판단이다.

상대평가는 평가의 객관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비롯됐지만 학교 교육의 질을 확보하려면 일정 성취도를 이룬 학생에게는 좋은 평가를 내려주는 절대평가가 필요하며 창의적이고 다양한 수업모델을 확산하는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개발원은 고교의 9등급제는 2014학년도부터 전면 폐기하고 A-B-C-D-E-F 등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다. 또 중학교는 수-우-미-양-가 5단계에서 역시 A-B-C-D-E-F 6단계 절대평가 형식으로 바꾼다.

교과 특성에 따라 평가 단계는 다를 수 있다. 국영수나 사탐, 과탐, 기술가정, 제2외국어, 한문 등은 6단계로 하되 예술이나 체육은 3단계, 교양이나 기초ㆍ심화과정 교과는 2단계로 하고, 직업계열 전문교과는 2단계에서 6단계까지 다양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절대평가 방식에서 교사가 높은 단계를 무더기로 매기는 이른바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학생 생활기록부에는 현행대로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를 표시한다.

이에 따라 절대평가가 도입되더라도 학생은 자신이 전체 학생 중 영역별로 몇등을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는 내신 성적을 전형자료로 사용할 대학입시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교육개발원은 단순암기식 단답형ㆍ완성형 문제를 지양하고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구성하고 표현하는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을 높이기 위해 서술형 평가도 2013학년도까지 4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교과목별 재이수제..'F'단계 도입 = '최소한의 학업성취도는 갖춘 학생을 길러내자'는 공교육의 책무를 강조한 것이 'F(Fail)'단계 도입 방안이다.

중고교 모두 6단계 절대 평가의 최하위 단계인 F단계를 받은 학생은 학업성취율이 대략 50-30% 미만에 해당하는 학생들로 해당 과목을 재이수해야 졸업시키는 내용이다. 성적과 상관없이 3년과정을 마치면 졸업시키는 현행 시스템과는 다른 대목이다.

다만 과목별 재이수는 1회로 제한하며 학교별로 계절학기나 방과 후 수강제도를운영할 수 있고 교육지원청에 다양한 선택교과를 개설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또 특별과제를 시키거나 특별 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교양교과나 예술ㆍ체육교과 등에서는 재이수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F단계는 당장 내년부터 학교별로 일부 과목에 시범 적용되고 2014년부터는 전면도입된다.

교육당국은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까지 세부 도입방안에 대한 별도 정책 연구를 진행한다.

◇교과교실제ㆍ진로진학상담교사 등 맞춤형 교육 = 대학처럼 교과목별로 별도의 특성화된 교실을 마련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과교실제는 2014년까지 모든 중고교에 전면 도입된다.

이미 2010년부터 교과교실제는 806개 학교에서 시범도입됐고 올해 1400개교, 내년 2500개교, 2013년 3600개교로 적용되며 2014년 전면 실시된다.

또 진로진학 지도와 입시 상담을 전담하는 진로진학상담교사가 2014년이면 전국중고교에 비치된다. 이를 위해 올해는 공립고등학교에 1000명 사립학교에 500명이 배치된다.

◇결국은 신뢰 확보가 관건 = 내신 절대평가제 등이 도입되면 성적 부풀리기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고교가 상위단계를 많이 매기는 성적 부풀리기에 나설 경우 '쉬운 수능'의 정책기조 아래 내신성적을 주요한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할 대학은 불만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교육개발원은 학교별로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평가 문항 및 채점기준, 교과별 성적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도교육청이 학업성적 관리 실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적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부풀리기를 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학사 감사를 실시하고 기관장을 문책하는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재정지원이나 포상에서도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학사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우려되는 고교 명단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차원에서 시도교육청에 통보하고,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고교를 직접 방문하고 서류 면접평가를 강화하는 등 사후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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