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시설 공사 로비’ 수사로 번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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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만 청장에게 거액 상품권 건넨 대우건설 6시간반 압수수색

검찰이 17일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에게 100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건넨 대우건설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운영권 비리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날 검찰은 무려 6시간 반 동안 강도 높게 압수수색을 벌였고 문제가 된 상품권 구매명세뿐만 아니라 대우건설의 일부 공사 수주 관련 자료와 최근 5년간의 회계자료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대우건설이 지난해 4월 4078억 원 규모의 특전사령부 이전 공사를 따낸 것에 주목하고 있어 수사가 군 시설 대형공사 로비 의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 장수만 청장 수사 불똥 어디로 튈까


검찰 안팎에서는 장 청장이 받은 상품권과 현금 출처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전사 이전 공사는 대형 건설사 간에 수주전이 워낙 치열했기 때문에 대우건설이 이를 따내는 과정에서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당시 장 청장은 국방부 차관이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심사위원 20명을 무작위로 선정했기 때문에 차관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상품권 경로를 추적한 결과 장 청장은 대우건설에서 상품권 1000만 원어치를 받아 이 가운데 800만 원어치와 또 다른 상품권 500만 원어치 등 상품권 1300만 원어치와 현금 5000만 원을 고교 동창인 세무사 이모 씨에게 맡겨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금 5000만 원과 상품권 500만 원어치는 아직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셈. 이 금품 역시 함바집 비리와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흘러들어온 것일 수 있다.

대우건설 역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에 대우건설은 장 청장에게 건넨 것을 포함해 모두 3000여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수사과정에서 장 청장 외에 상품권을 받은 의외의 인물이 튀어나올 수 있다.

○ 기업사냥꾼 수사 유탄 맞은 장수만 청장


장 청장의 상품권 수수 사실은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지난해 8월부터 ‘기업사냥꾼’ N 씨가 H금속을 인수해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포착됐다. 검찰은 올해 초 잠적한 N 씨의 주변을 뒤지다 세무사 이 씨가 H금속에서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를 확인하고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한 상태다.

검찰이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현금 5000만 원과 상품권 1300만 원어치의 출처를 추궁하자 이 씨는 “장 청장이 맡겨놓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장 청장으로서는 함바집 비리 수사과정에서 자신이 거론되자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친구에게 상품권과 돈을 맡겼다가 도리어 호랑이 굴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 셈이 된 것.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 H금속 비리를 수사했던 손영은 검사(36·여·사법시험 41회)는 최근 정기인사에서 함바집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으로 전보됐다.

장 청장이 이 씨에게 금품을 맡긴 것은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은 “2007년 2월 검찰의 S해운 비리 수사에 연루됐을 때 압수수색에 걸릴까 겁이 나 상품권을 파쇄기에 갈아버렸다”고 진술한 적이 있다. 장 청장이 이런 방법을 택했더라면 쉽게 꼬리를 잡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 이 씨는 국세청에 재직하던 2001년 상관이자 고교 선배인 이주성 전 국세청장, 동향 출신 자영업자와 함께 유흥주점에서 고스톱을 치다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에 적발돼 옷을 벗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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