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하철 열차內 ‘불법 종교 전도’ 2배로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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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작년 1539건 단속

“콩나물시루 같은 열차에서 꼭 그렇게 해야 하나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황정훈(가명) 씨는 최근 출근길 열차 안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 그의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누군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 때문. 대형 십자가를 든 한 중년 남성이 빽빽하게 들어찬 열차 안을 비집고 자신의 종교에 대해 연설하고 있었다. 대부분 잠을 자거나 책을 보며 조용히 회사로 향하던 탑승객들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조용히 합시다”라며 항의했다. 그러나 불쾌감은 지울 수 없었다. 급기야 황 씨는 “사람 많은 열차 내에서까지 해야 하냐”며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렸다.

지하철 내 허가받지 않은 종교 관련 불법 연설 및 전도 행위에 대해 서울시와 관계 기관이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역보다 열차 안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최근 공개한 ‘연설 및 전도 행위 단속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09년까지 역 내 단속 건수가 평균 약 1만5000건이었으나 지난해 7108건으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열차 내 전도 행위 단속 건수는 2009년 887건에서 지난해 1539건으로 거의 갑절로 늘었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지난해 열차 내 고발 건수(34건)가 전체 고발 건수(52건)의 65%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종이 승차권과 매표소가 없어진 2009년부터 나타났다”며 “매표소나 사무실 근무자들이 승강장 등 역 내 순찰을 자주 돌다보니 전도자들이 단속반 눈을 피해 열차 안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2009년 10월부터 열차 내 연설 및 불법 전도 행위에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는 등 단속을 시작했다. 그러나 1년 동안 단속 건수는 36건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속 인력이 부족해 이를 근절하기 어렵다”며 “출퇴근 시간에 열차 내 안내방송을 하는 등 다른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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