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미호 김대근 선장 “해적에 마취용 수면제 먹이려다 실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두목 이름은 핫산”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석방돼 케냐 몸바사에 머무르고 있는 금미305호 김대근 선장(55)은 16일 “배에 대게(crab) 마취용 수면제 1000알가량이 있어 해적들이 차를 마실 때 넣을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선장은 “주방장이 잘못했다간 모두 죽을 수 있다고 사정하고 허점을 찾을 수 없어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랍기간 자신이 쓴 일기에도 이 같은 사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 선장은 또 “소말리아 해적의 절반은 그 배후에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카에다가 있고 나머지는 자체 해적이라는 말을 해적들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소말리아 남부지역 해적들이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샤바브’와 긴밀한 관계라고 판단하고 있어 김 선장의 발언이 주목된다.

김 선장은 “납치당하기 전 케냐에서 해적이랑 알카에다가 연관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래서 해적 배후에 누가 있는지 한 해적에게 물었더니 ‘모가디슈(소말리아 수도) 근처에 있는 해적들은 알카에다와 관련이 많지만 우리처럼 북부 쪽 해적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금미호를 납치한 해적은 두목이 ‘핫산’으로 알카에다의 지휘를 받지 않고 단독으로 움직이는 해적 그룹”이라며 “두목 아래 해적들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알리’라는 가명을 사용했는데 10명 중 7, 8명이 이 이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 선장은 “석방 당시 해적들은 하루도 운항하지 못할 양인 기름 1t을 주며 알아서 가라고 했다”며 “간신히 위성전화를 달라고 부탁해 20시간 만에 군함을 만났으니 해적들이 우리를 석방한 게 아니라 우리가 탈출에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귀국 계획에 대해선 “아프리카 어장 개척에 돈을 쏟아 붓고 채무도 많이 져 모든 것을 마무리한 뒤 한국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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