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미호, 해적질 4차례 동원돼 2척 납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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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4개월 만에 풀려난 금미305호의 김대근 선장(55)은 124일간의 피랍 기간에 배가 4차례나 해적질에 동원됐다고 밝혔다며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김 선장은 “해적 보트로는 먼 바다까지 나가기 어려워 해적들이 금미호에 해적 보트 2척을 싣고 나가 2번은 실패했지만 2번은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1척과 유조선 1척 등 2척을 납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도 해적에 잡혀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마당에 다른 무고한 선박을 납치하는 데 조종키를 잡는다는 것이 정말 죽기보다 괴로웠다”며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당장 죽이겠다는 위협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0월 9일 피랍 당시 해적들은 신발 속옷 심지어 화장실 휴지까지 모조리 빼앗아갔다”며 “각 선원에게 남은 것은 러닝셔츠 1개와 팬티 2장뿐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미305호는 10일 오전(한국 시간) 소말리아 영해를 벗어나 공해에서 유럽연합(EU) 함대 소속 핀란드 군함과 만난 뒤 케냐 몸바사 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금미305호가 연료와 식량을 지원받고 선박 점검을 한 뒤 핀란드 군함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14일경 몸바사 항에 도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김 선장과 김용현 기관장은 건강에 큰 이상이 없고 케냐 선원 5명이 감기와 설사 같은 가벼운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일단 몸바사 항에서 선박대리점을 운영하며 사실상 금미305호의 선주 역할을 한 김종규 씨(58)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몸값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해적들이 몸값을 받지 않고 선박을 풀어주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만큼 김 선장이 귀국하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9일 밤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건 없이 석방됐다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그건 사실과 조금 다르다. (석방금을) 주긴 했다. 거기에 대해 지금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0일 오전 통화에서는 “석방 조건도 없었고 (석방금도) 주지 않았다”며 “어제는 잠에 취해서 말이 잘못 나온 것 같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부산=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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