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으로 부임한 A 씨는 상사인 B 교장에게서 황당한 ‘질책’을 받았다. 추석을 앞두고 B 교장에게 40만 원을 건네자 그가 대뜸 액수가 작다는 뉘앙스로 언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A 씨는 결국 돈을 더 넣어 70만 원을 건넸다. A 씨는 ‘잘 썼는데 조금 부족했다’는 B 교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30만 원을 더 건넸다.
처음에는 은근한 압박으로 시작됐다. B 교장은 A 씨가 부임한 직후부터 “내가 과거에 명절인사를 안 했더니 교육장이 업무나 회식자리에서 배제해 무척 힘들었다”고 말하곤 했다. 여름휴가 기간에는 “유럽에 여행을 가는데 돈이 없어서 걱정이다” “부인과 둘이 간다”고 반복하며 간접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이에 A 씨가 300만 원을 건네자 “왜 300입니까? 500이지!”라고 호통을 쳐 더 받아냈다. 뇌물 요구는 “3000만∼4000만 원을 주면 교장으로 승진하도록 해주겠다”는 식으로 점점 노골화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교육예산 집행 관련 감사 과정에서 B 교장이 이런 방법으로 600만 원을 받아낸 사실을 적발해 그의 해임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했다고 27일 밝혔다. B 교장은 학교 교실에 설치하는 공기살균기와 전자칠판 등 물품 구매 때 특정 기업이 납품업체로 선정되도록 지위를 남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또 특정 업체의 공기살균기를 구매해주는 대가로 200만 원을 받은 모 초등학교 교장 C 씨에 대해 정직을 요구하고, 50만∼60만 원을 각각 챙긴 초중학교 교장 3명에 대해서도 인사자료에 반영하도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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