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특별한 ‘슈퍼스타K2’… CJ그룹 오디션 행사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장애아 - 저소득층 아이들이 재능 뽐내고… 슈퍼스타의 꿈 이룬 허각 씨가 심사하고…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스테이지 포유’ 오디션 무대에서 슈퍼스타K2 우승자 허각 씨(가운데)가 이주영 양(오른쪽 세 번째)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양이 속한 팀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스테이지 포유’ 오디션 무대에서 슈퍼스타K2 우승자 허각 씨(가운데)가 이주영 양(오른쪽 세 번째)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양이 속한 팀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우리 악수 한번 할까?” 19일 저녁 ‘슈퍼스타’ 허각 씨(25)가 손을 내밀자 이주영 양(12·충북 청주시 우암초등학교 6년)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왼손을 내밀었다. ‘음악인’이 꿈인 주영이는 오른손이 없다. 엄마 배속에 있을 때 탯줄이 주영이 손을 감고 있어 미처 발육이 되지 않았다. 허 씨는 두 손으로 주영이 손을 꼭 맞잡은 채 “음악은 환경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영이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최근 케이블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 우승자인 허 씨 앞에서 생애 첫 오디션을 보게 된 것. CJ그룹은 문화예술에 꿈과 재능이 있는 장애우 및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스테이지 포유’ 공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오디션 참가자가 아닌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허 씨는 “내가 누굴 심사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나 역시 어려운 조건을 딛고 가수가 됐기 때문에 나처럼 기회가 부족한 후배들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주영이는 일란성쌍둥이 언니 주은이나 다른 친구들에 비해 다섯 손가락이 부족하지만 음악에 대한 욕심과 재능은 남부럽지 않다. 주영이가 처음 악기에 소질을 보인 것은 초등학교 입학 전인 6세 때. 아버지 이계룡 씨는 장애가 있는 딸을 강하게 키우고자 큰마음을 먹고 피아노 학원에 보냈다. “아이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걱정도 많았죠. 그런데 웬걸 아이가 금세 다섯 손가락만으로 신나게 연주하더라고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기초까지만 배우고 학원은 그만둬야 했지만 그 뒤로도 혼자 공부한 주영이는 바흐와 베토벤 등 어려운 연주곡도 문제없이 연주한다. 3년 전부터는 구세군 음악캠프에서 퍼커션을 배웠고 최근에는 방과 후 다니고 있는 청주시 에덴지역아동센터에서 배운 프렌치호른에 푹 빠져 있다. 이날 주영이는 센터 친구들과 빨간 넥타이를 맨 채 함께 무대에 올라 보컬과 브라스 밴드가 어우러진 성숙한 무대를 선보였다. 허 씨는 “나도 일란성쌍둥이 중 동생이라 그런지 주영이에게 더 정이 간다”며 “손은 불편하지만 얼굴이 해맑은 주영이를 보니 너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이번 공연에 앞서 올해 1월부터 온라인 기부프로그램 ‘CJ도너스캠프’가 후원 중인 전국 2500여 개 공부방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이 중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6개 팀을 선발해 올해 3월부터 13명의 전문 음악강사와 악기 등을 지원했다. 80여 명의 아이들은 하루 1시간 반씩 맹훈련을 받으며 타고난 재능에 노하우를 더해갔다. 이날 주영이 팀 외에 광주에서 올라온 자연친구아동센터 어린이들은 이색적인 ‘우쿨렐레’ 악기와 합창 공연을, 서울 광진구 화양동 은혜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은 가수 이승철의 ‘소녀시대’를 불렀다.

이날 허 씨와 함께 심사를 맡은 명지전문대학 실용음악과 김지현 교수와 CJ문화재단 전동휘 문화공헌팀장은 창의력과 협동력, 공연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최우수상과 우수상, 장려상을 선정했다. 수상에 관계없이 이날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음악 교육을 후원받게 된다. CJ그룹 관계자는 “인재 육성이 나라 발전의 핵심이라는 기업 신념 아래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며 “소외 지역 아이들에게도 균등한 문화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1기에 이어 2기도 모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2기 지원을 희망하는 공부방은 다음 달 25일까지 CJ도너스캠프 홈페이지(www.donorscamp.org)로 신청하면 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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