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행사 불참한 대전시장깵 축사 대독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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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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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4시 대전 서구 관저동 KT 구봉지사 6층. 대전지역 140여 개 지역아동센터의 교육과 문화 활동을 돕기 위해 마련된 사단법인 꿈에품에(이사장 이승진 이화여대 교수) ‘대전 KT꿈품센터’ 개소식은 예정 시간을 15분이나 넘겨 시작됐다. 행사 주최 측과 내빈들 사이에 의전 문제를 둘러싸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기 때문.

문제는 염홍철 대전시장이 약속과 달리 행사에 불참하면서 시작됐다. 시장이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해 일정을 맞추느라 개소식을 2주나 연기했지만 관련부서인 대전시 여성가족청소년과는 행사 현장에 와서야 최종적으로 불참 사실을 알렸다. 꿈에품에 관계자는 “갑자기 시장의 행사 참석이 어려운 이유를 물었더니 ‘단체장 참석 행사를 되도록 줄이겠다는 것이 시장님 방침’이라고 하더라”며 “하지만 그건 미리 불참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좋다는 말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전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개소식 당시 시장이 다른 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의전 문제로 이어졌다. 꿈에품에 측이 시장이 불참했으니 축사는 행사장에 온 지역구 국회의원부터 하자고 제안했으나 여성가족청소년과 측이 “대독이지만 시장의 축사 순서가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며 먼저 단상에 올라가 시장 축사를 대독했다. 이 때문에 행사 주최 측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양해를 구하느라 다시 진땀을 빼야 했다. 장영수 꿈에품에 사무총장은 “대전시가 주관하거나 예산을 지원하지도 않은 순수한 민간행사인데 참석하지도 않은 시장의 축사를 먼저 하겠다고 우기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담당 공무원은 지역아동센터와의 협력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성가족청소년과 관계자는 “축사를 먼저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으름장을 놓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소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역아동을 돕기 위한 행사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한층 더 씁쓸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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