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매’ 공동모금회 국민성금 야금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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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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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탑’ 재활용하며 3년간 제작비 청구
성금 분실후 장부 조작… 법인카드로 유흥비 ‘펑펑’
복지부, 종합감사착수 공금유용 등 집중조사키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보건복지부 등의 감사 결과 공금 유용, 장부 조작 등 각종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휴일인 17일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보건복지부 등의 감사 결과 공금 유용, 장부 조작 등 각종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휴일인 17일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난 수년간 허위 문서작성에 의한 공금 유용, 친인척 거래, 성금 분실 및 장부 조작 등 각종 비리·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내부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민 성금을 취급하는 공동모금회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되지만 사실상 성금을 독점 관리해온 탓에 내부 감시 체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공동모금회가 국회 보건복지위 이애주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동모금회 인천지회는 2006년 제작한 ‘사랑의 온도탑’을 매년 재활용해 사용했으면서도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00만 원 안팎의 제작비를 쓴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했다. 인천지회 A 부장은 온도탑을 제작 구매하는 과정에서 친척으로 의심되는 인물과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비리 사실이 드러나자 A 부장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인천지회의 B 팀장은 2007년 11월 접수한 성금 300만 원을 분실했는데,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장부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B 팀장은 당시 인천시 공무원에게서 1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30장을 받았는데 이를 분실하자 인수증을 변조해 상품권 30장을 모두 배분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했다. 하지만 기부자가 확인서 발급을 요청하자 B 팀장은 뒤늦게 27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해 배분한 것으로 밝혀져 해고됐다. 인천지회의 C 사무처장은 분실·도난 신고나 인사위원회 개최 등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아 2008년 감봉 6개월 처분을 받았다.

경기지회도 공금 유용과 경비 부당집행, 부실한 구매 관리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경기지회의 한 간부는 지난해부터 서류와 영수증을 허위로 작성하는 수법으로 유흥주점과 음식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3300여만 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기지회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구매 실무책임자의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부실업체와 2006년부터 올해 4월까지 9000여만 원의 계약을 했다. 이 과정에서 계약보증금과 하자보수보증금을 징수하지 않는 등 구매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 이 밖에 명예직으로 활동하는 홍보대사에게 일용직 급여를 편법 집행한 사실도 적발됐다. 출근도 하지 않은 연예인 홍보대사의 출퇴근부를 조작해 편법으로 급여를 지급한 것. 비위 행위가 적발된 경기지회 관계자 2명은 모두 사직서를 제출했고, 중앙모금회는 경비 부당 집행으로 확인된 금액을 환수하고,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달 11일 공동모금회 종합감사에 착수한 보건복지부는 29일까지 각종 부당 경비사용 및 공금 유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애주 의원은 “공동모금회는 전체 수입의 90% 이상이 국민의 모금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운영되는 단체로서 재원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모금 시스템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에 이 같은 부실 운영이 비롯된 만큼 복수의 전문 모금기관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동모금회는 2007년 복지부 감사에서 23차례 행정·신분상 개선과 주의, 경고 등의 조치를 받았고, 2009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지원금 부당 추천·편취, 배분 부적정, 지회 지도·감독 등에 대해 13차례 지적을 받았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성금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비위 사실이 적발돼 죄송할 따름”이라며 “철저한 감사로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법 제정에 따라 설립된 유일한 법정 전문모금기관으로 지난해 모금액은 3319억 원에 이른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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