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수사 ‘비자금’으로… 회장 이미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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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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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現회장 승계과정서 수천억대 조성 추정
10대 아들에 편법증여시 개입여부도 조사

검찰이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48)의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선 가운데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 조성 의혹 규명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의혹 규명의 열쇠를 쥔 이 회장은 현재 해외로 출국한 상태로 태광 측은 “이 회장이 무슨 일로, 언제 출국했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태광그룹의 편법 증여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14일 그룹의 핵심관계자 3, 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서울 중구 장충동 태광산업 본사, 부산 소재 금융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과 다른 계열사 한 곳 등 세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1년 9개월 동안 태광그룹의 편법 증여 의혹을 추적해 온 기업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 ㈜서울인베스트의 박윤배 대표는 “이 회장이 부친인 이임룡 전 회장(1996년 작고)의 재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당시 태광산업의 차명주식을 자사주로 사들여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비자금이 태광산업 전체 주식의 33%에 이르며 이 가운데 18%가량은 이미 현금화돼 고려상호저축은행에서 차명계좌 형태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 또 당시 현금화하지 않은 나머지 차명주식 15%도 최근까지 차명주식 형태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이런 차명주식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상당한 액수의 상속세와 증여세를 포탈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검찰은 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이 이 회장의 외아들 현준 군(16·고등학생)에게 넘어간 경위와 이 과정에 이 회장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또 박 대표는 2006년 이후 현준 군이 지분의 49%를 갖고 있는 티시스, 티알엠, 한국도서보급 등 3개 비상장 계열사로 주요 계열사 주식이 헐값에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초 태광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화섬이 지분 16.74%를 한국도서보급에 매각하며 경영권을 넘기면서도 통상 매도대금의 30%에 해당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정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케이블TV회사인 ㈜큐릭스홀딩스 지분을 인수할 때 당시 개정 전 방송법에 저촉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K사 등이 지분 인수에 나서도록 한 뒤 방송법 개정 후인 지난해 5월 다시 이들로부터 지분을 사들이는 편법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로 추정되는 한 회사가 128억∼256억 원 상당의 중개이익을 편취했다는 것. 또 태광산업과 계열사들이 2008년 이 회장 가족 소유로 알려진 동림관광개발이 강원 춘천에 건설 중이던 골프장의 회원권을 선매입하는 방법으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골프장 건설자금을 지원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태광 측은 “주식과 관련된 모든 행위는 변호사들과 법률 검토를 모두 마친 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압수수색에 앞서 해외로 출국한 가운데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계열사 이모 대표도 지난주 해외로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2세를 비상장 계열사 대주주 만든뒤 핵심기업 지배 ▼
■ 의심되는 편법증여 방식

태광그룹의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 초기단계다. 검찰도 압수수색을 했다는 점 외에는 공식적으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그런데 태광그룹의 편법 증여 의혹을 제기한 서울인베스트먼트 박윤배 대표는 14일 “태광그룹의 사례는 전형적인 편법 증여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 등이 제기하는 태광그룹 편법 증여의혹 방식은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선 2세를 비상장 계열사의 대주주로 만든 뒤 이 회사를 통해 그룹 계열사 중 순환출자구조상 핵심 기업을 지배하는 방식이 등장한다. 비상장 계열사가 순환출자구조에 있는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결국 전 계열사에 대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

태광그룹에서 순환출자구조상 핵심기업 중 하나는 대한화섬. 이호진 회장의 아들 현준 군(16)이 대주주로 있는 한국도서보급은 최근 대한화섬의 지분 16.74%를 시간외거래를 통해 매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만든 비상장 자회사인 티시스(과거 태광시스템즈)라는 전산시스템 운영관리 업체도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티시스는 2004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만들어진 회사. 설립 후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현준 군이 전량 인수해 49%의 2대 주주가 됐다. 이 회사는 2005년까지만 해도 매출액이 289억 원에 불과했지만 태광그룹 계열사들의 계약이 몰리면서 2009년 매출은 1052억 원까지 늘어났다. 티시스는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대한화섬의 지분 3.56%를 사들였고, 태광산업의 지분 4.51%를 매입했다. 이렇게 되면 티시스의 대주주인 현준 군이 자연스럽게 태광그룹 전체 계열사에 영항을 미치게 됐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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