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마포구, 중고생 2600여명에 ‘성교육’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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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페미돔, 비아그라, 제모, 콘돔, 사후피임약, 러브젤, 밀가루, 모텔비, 여자, 장어, 로열젤리, 허리운동….”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고 보건실에서 이 학교 남학생들이 “성관계에 필요한 것?”이라는 질문에 적어낸 답변 중 일부다. 이를 본 4년 경력의 성교육 강사 박에스더 씨(24)가 설명을 시작했다.

“제모? 필수적인 거 아녜요. 미성년자 관람불가지만 영화 ‘색, 계’를 보면 여배우의 겨드랑이 털이 당연하게 나오죠. 술? ‘여자를 취하게 해서 덮쳐야지’ 하면 성폭행입니다. 비아그라는 성욕을 돋우는 게 아니라 발기부전 치료제예요. 밀가루를 쓴 친구는 왜 썼는지 손들고 말해 줄래요?”

‘밀가루’가 필요하다고 적은 학생은 나타나지 않았다. 박 씨는 “‘야동’에 가끔 등장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인터넷 음란물을 통해 성을 ‘과잉 학습’한 요즘 청소년들에게 자궁 모형을 놓고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라고 설명하는 뻔한 성교육은 하품만 나올 뿐. 박 씨는 “무조건 하지 말라, 성은 몰라도 된다는 것보다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음란물로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고, 책임의식과 피임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마포구보건소와 마포청소년지원센터가 마련했다. 12월 말까지 관내 5개교에서 중고교생 2600여 명에게 ‘체감형 성교육’을 한다. 이날은 데이트 성폭력에 관한 ‘데이트와 스킨십’ 수업에 이어 ‘준비된 성관계’라는 제목으로 성에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다뤘다. 박 씨는 질외사정, 배란주기법 등 잘못된 피임법을 지적하고 콘돔 등 교육용 피임도구를 통해 바른 피임법을 가르쳤다. 청소년들이 성을 지칭하는 노골적인 용어도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

박 씨는 “사춘기 시절 성관계는 청소년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전제한 뒤 “쾌락만 있는 성관계는 저급한 것이고 사랑이 함께하는 성관계는 조금 낫지만 책임의식까지 있어야 올바른 성관계”라고 가르쳤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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