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구비는 공돈” 먹튀 교수들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03:00수정 2010-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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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지원 133건… 퇴임 등 이유로 연구중단 지방의 국립 K대 A 교수는 2004년 4월 기능성 천연식품 첨가물을 개발하겠다는 명분으로 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 2250만 원을 받았다. 재단은 2008년까지 A 교수에게 연구논문을 제출하도록 했지만 이 교수는 그 사이에 퇴임해버렸다. 해당 대학에서도 추가 연구 계획이 없어 재단은 이 연구 과제를 중단해야만 했다.

27일 한국연구재단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에게 제출한 부실연구 실태 자료에 따르면 A 교수의 사례처럼 별다른 연구 성과 없이 중단된 연구과제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33건에 이른다.

이들에게 연구비로 지원된 국민 세금은 모두 23억3000만 원이었지만 연구 중단과 함께 고스란히 사라진 셈이다. 연구재단은 연구비가 남을 경우 환수하지만 연구비를 정상적으로 썼다는 것이 증빙되면 연구성과와 상관없이 연구비를 환수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재단은 지금까지 결과보고서 평가등급이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으면 재단의 연구지원사업에 5년간, C등급을 받으면 3년간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A 교수는 D등급을 받아 5년간 재단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하지만 이미 퇴임했기 때문에 별다른 실효가 없다는 게 박 의원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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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교수 사례처럼 일명 ‘먹튀’ 연구과제 133건 가운데 선도연구자 지원사업이 35건(25.3%)으로 가장 많은 점도 재단의 지원사업 관리가 부실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한 연구재단은 지난달에야 ‘연구 결과가 불량하면 연구비의 전액 또는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재단 관계자는 “연구평가가 C나 D등급인 것은 대부분 과제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연구자가 불성실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연구성과에 대해 더욱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비를 멋대로 써 연구재단이 환수한 연구비도 2007년부터 3년간 107건에 5억2000만 원에 이른다. 연구장비를 허위 구매하거나 가짜 영수증 첨부, 술값으로 100만 원이 넘게 지출한 사례 등이 해당됐다.

박 의원은 “‘불량’ 연구자를 근절하기 위해 엄격한 연구윤리 규정을 마련하고 끝까지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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