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10년만의 최대 풍작… 가평 잣 수확 한창

동아일보 입력 2010-09-10 03:00수정 2010-09-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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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m위 잣 털기, 원숭이-헬기도 못하지”
8일 오후 경기 가평군 상면 축령산 자락에서 한 농민이 나무에 올라 잣을 수확하고 있다. 올해 잣농사는 10여 년 만에 최대 풍작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가평군
“원숭이도 하고 헬기도 써봤는데 안돼, 사람밖에 없어.”

8일 오후 경기 가평군 상면 행현1리 축령산 자락. 35년 동안 잣나무에 올랐다는 최영균 씨(54)의 말투에는 여유가 넘쳤다. 20∼30m는 보통이고 40m를 넘는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아슬아슬함은 느낄 수 없었다. “자 이제 올라갑니다”라는 말과 함께 최 씨가 서서히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장갑을 낀 손에는 자기 키의 서너 배에 이르는 대나무 장대가 들려 있었다. 장대는 주변 나무의 잣을 떨어뜨릴 때 사용한다. 나무에 오르던 최 씨가 자신의 발을 툭툭 쳤다. “이것 하나면 돼. 이걸 끼우면 나무를 꽉 잡아주거든.” 그가 가리킨 것은 속칭 ‘사가리’로 불리는 잣 수확용 장비. 등산용 아이젠처럼 신발에 끼우면 된다. 최 씨는 “올해는 일조량이 적어 걱정했지만 10년 이래 수확량이 가장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 2000년 이후 최대 풍작


가평은 잣나무 생육에 가장 적합한 북위 38도상에 위치하고 있고 연평균 강수량 1330mm, 평균기온 10.5도 등 최적의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환경 덕택에 가평은 국내 최대의 잣 생산지로 자리 잡았다. 가평군 임야 6만9071ha 가운데 약 30%인 2만651ha가 잣나무다. 특히 잣이 많이 나는 30∼60년생 잣나무가 5772ha에 이른다.

지난해 가평지역에서 난 잣은 727t. 올해 예상되는 생산량은 1700여 t이다. 대풍을 거둔 2007년 1452t보다도 250여 t이나 많아 최근 10여 년 이래 최대 풍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체 소득액도 지난해 89억 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149억 원으로 예상된다. 가평군 관계자는 “3년을 주기로 하는 해거리 현상 탓도 있지만 병충해 방제와 가지치기가 적절히 이뤄졌다”며 “일조량만 많았으면 수확이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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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이 늘면서 잣을 따는 농민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잣 수확은 100% 사람의 힘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십 m 높이의 나무에 오르는 것이 워낙 위험하고 어려워 그동안 여러 방법이 동원됐다.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를 훈련시켜 투입하기도 하고 소방용 대형헬기를 동원해 프로펠러 바람으로 잣을 따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원숭이들은 몸에 묻은 송진가루 때문에 털을 고르느라 잣을 딸 생각조차 안했고 헬기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포기했다. 열기구에 사람을 태우기도 했지만 역시 효율성이 떨어져 중단됐다.

결국 지금까지도 사람이 일일이 나무에 올라가 잣을 따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경력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현1리 마을만 해도 한때 40여 명에 이르던 경력자가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 그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고 있지만 워낙 위험해 오래 버티지 못한다. 최 씨는 “가평에는 잣을 잘 따는 농민들이 많아 강원지역으로 원정 수확을 가기도 한다”며 “하지만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20년쯤 뒤에는 잣을 어떻게 수확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11일 제1회 잣축제 열려

가평 잣은 지난달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한 누리꾼 선정 10대 명품에 꼽힐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영광 법성포 굴비와 의성 흑마늘진액, 봉화 유기, 안동소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가평 잣의 뛰어난 품질을 체험할 수 있는 제1회 가평잣축제가 11일부터 이틀간 행현1리 마을회관 앞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잣 막걸리를 이용한 야외 족욕 등이 마련된다. 잣을 이용한 민간의학 및 대체의학을 체험하는 자연치유센터도 운영된다. 잣송이 쌓기, 잣공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선보인다. 031-580-4320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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