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할인점 튀김가루서 나온 죽은 생쥐의 정체를 밝혀라”

동아일보 입력 2010-07-30 03:00수정 2010-07-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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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쫓은 과학수사 석달, 결론은…■ 제조사-신고자 모두 무혐의 결론 내리기까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안상돈)는 4월 ‘이마트 튀김가루’ 속에서 죽은 생쥐 한 마리가 통째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이 튀김가루를 제조한 삼양밀맥스와 생쥐를 발견했다고 신고한 김모 씨를 모두 무혐의로 처리하고 내사를 종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생쥐가 어떻게 튀김가루 속에 들어갔는지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한 수사’였다. 하지만 3개월간의 수사 과정에서 검찰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국 드라마 ‘CSI’에 나오는 것보다 더 정교한 과학수사를 벌여 검찰 내에서는 이번 사건 수사를 교과서로 삼을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생쥐의 정체를 밝혀라

“여자친구와 튀김을 해 먹으려는데 생쥐가 튀어나왔다”는 김 씨의 신고전화가 이마트로 걸려온 것은 4월 27일. 다음 날 이마트와 삼양밀맥스는 식약청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식약청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곧바로 내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식품 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수사해 온 유혁 형사2부 부부장에게 맡겼고, 식약청도 경력 10년이 넘는 베테랑 조사관을 중심으로 조사팀을 꾸렸다.

쥐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급선무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지만 집이나 공장 근처에서 흔히 보이는 쥐여서 서식지를 특정할 수 없었다. 부검 결과 내장이 말라붙어 있는 데다 위장에선 음식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발견된 쥐와 크기가 비슷한 살아있는 햄스터와 죽은 햄스터를 동시에 넣고 튀김가루를 포장해 보기도 했다. 열흘 뒤 개봉하자 악취가 진동했다. 당시 발견된 쥐에선 냄새가 없었고 곰팡이도 없었다. 배설물이나 털도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팀은 이 쥐가 죽은 뒤 오랜 시간이 지나 건조된 상태로 튀김가루 속에 들어갔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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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과정에서 들어갔나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쥐가 들어갔다면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삼양밀맥스의 위생점검 기록을 살펴 공장 근처에서 쥐가 한두 마리 발견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조사팀은 5월 초 충남 아산에 있는 삼양밀맥스 공장을 직접 방문해 제조시설을 꼼꼼히 확인했다. 튀김가루 제조공정은 무인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밀가루 등 원료가 사일로 속으로 들어가면 파이프를 타고 계량기, 혼합기 등으로 보내진 뒤 자동 포장된다. 이때 공기 중에 노출되는 것은 단 한 차례. 그러나 단계마다 가로, 세로 1.5mm 크기의 미세한 구멍의 체를 통과하도록 돼 있어 6cm 크기의 쥐가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제조설비가 당초 설계와 다른 점이 있는지, 문제의 튀김가루가 제조된 지난해 9월 17일에도 같은 설비가 갖춰져 있었는지도 조사했지만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조사팀은 제조과정에 실험용 생쥐를 직접 넣어보기도 했다. 살아있는 생쥐는 포장 단계에서 곧바로 걸러졌다. 질식사시킨 생쥐와 건조된 생쥐는 X선 투과 단계와 중량 측정 단계에서 적발됐다. 근무자들이 X선 감도와 중량 측정기를 임의로 조작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넣었나

수사의 초점은 누군가가 직접 이 생쥐를 튀김가루 속에 넣었을 것이라는 쪽으로 흘러갔다. 삼양밀맥스에 불만을 품은 회사 직원일 수도 있고, 유통단계에 관여한 이마트 직원일 수도 있었다. 신고자 김 씨가 돈을 노리고 생쥐를 집어넣은 ‘블랙 컨슈머’일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6월 15일 식약청이 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자 검찰은 제조일 당시 삼양밀맥스에 근무했던 직원들과 유통단계에 관여한 이마트 직원 수십 명을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제조설비를 조작하거나 억지로 문을 열어 쥐를 집어넣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유통과정에서 일부러 포장을 뜯은 정황도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은 마지막 단계로 6월 24일 김 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김 씨가 처음 신고할 때엔 여자친구와 함께 생쥐를 발견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여자친구가 생쥐를 발견했고 김 씨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 그러나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복원한 문자메시지는 김 씨의 무혐의를 증명했다. 30분간 10여 차례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는 튀김가루 속에서 쥐를 발견한 여자친구의 놀람과 두려움, 김 씨가 여자친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던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결국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 채 검찰은 사건 관련자를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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