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교조 ‘학업평가 반대대회’ 취소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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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곽 교육감과 대결모습 피해야” 결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9일 성명서를 통해 곽노현 교육감에게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선택권은 좌고우면할 대상이 아니다. 공약을 이행하라”며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다. ‘같은 편’인 곽 교육감과 다투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8일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서울지부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열린 집행위원회의 회의록은 이 같은 고민을 반영하듯 ‘상황 변경’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했다. 동아일보는 이 문건을 11일 입수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곽 교육감을 비롯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시험 선택권을 보장하고 대체 학습을 실시할 수 있도록 일선 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내기로 했다. 강원도와 전북도교육감이 공문을 보낸 건 이에 따른 조치다.

곽 교육감은 8일 기자 간담회에서 ‘시험 대비 파행 수업’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선택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서울지부는 이날 오후 9시에 회의를 소집했다. 지도부는 회의에 앞서 배포한 ‘일제고사 투쟁 조정(안)’에 “대체학습이 공식화될 줄 알았던 조합원들이 상황 변경에 따라 적지 않은 혼란과 당혹감, 무력감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썼다.

회의 결과 성명서는 적대적 표현을 빼고 실망과 우려를 전달하는 수준에서 만들기로 했다. “교육감과의 대결 모습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변성호 지부장은 “우려라는 것이 공약 미이행에 대한 안타까움의 마음을 담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험 당일(13일) 오전 열기로 했던 ‘일제고사 폐지 촉구 서울 교사 결의대회’도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변 지부장은 준비 부족과 함께 “취임 초기 충돌에 대한 대중 정서의 거부감”을 이유로 들었다.

회의 결과에 따라 조합원이 개인적으로 추진하는 시험 거부 운동도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한 회의 참가자는 “교사에 의한 체험학습 참여 안내와 조직화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관계자는 “곽 교육감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은 서울지부의 착각이 빚은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이달 말 단체교섭을 앞두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서울지부가 한발 물러선 것일 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평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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