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제10회 제주 국제생활체육태권도대회에서 대구 강북실버태권도단이 단체전에서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 제공 강북노인복지관
지난달 26일 오후 1시경 제주 제주시 오라1동 한라체육관. 백발이 희끗희끗한 어르신 14명이 체육관 중심에 섰다. 곧이어 성인가요 ‘뱀이다’가 장내에 울려 퍼지자 어르신들은 동시에 “얍”이라는 힘찬 구령을 외친 뒤 태권도 주먹지르기와 발차기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 보였던 칠순, 팔순의 어르신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태극1, 2장으로 구성된 체조를 펼쳐보였다. 이들의 경쾌한 태권 동작과 즐거워하는 미소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총 8명의 심사위원은 황혼의 어르신들이 발산하는 기(氣)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일부는 그들을 따라 태권 동작을 함께하기도 했다. 관람석에서는 큰 박수와 응원이 태권체조가 끝날 때까지 체육관이 떠나갈 듯 울려 퍼졌다.
대구 북구 관음동 강북노인복지관 태권도교실 어르신들이 6월 25일부터 29일까지 열린 ‘제10회 제주 국제 생활체육 태권도대회’에서 단체전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22개국에서 선수단 및 동호인 3000여 명이 참가했다. 70세 이상 어르신 14명으로 구성된 강북실버태권도단은 일반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기량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결과는 지독한 연습을 한 덕분에 이미 예견됐다는 게 복지관 측 설명이다. 대회 전날에도 어르신들은 잠을 잊은 채 호텔 로비에서 속옷차림으로 연습에 몰두하는가 하면 대회 당일에는 오전 내내 경기장 밖에서 연습에 매진했다. 이 때문에 일부는 탈진해 매트에 눕고 경기에 임박해서도 꾸벅꾸벅 졸아 복지관 관계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단체전 금메달 외에 개인전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품세 개인전에 출전한 김분이 씨(80·여)는 준결승에서 37세의 여성 태권도인과 당당히 겨뤘으나 아깝게 판정에서 2-1로 패해 동메달을 획득했고 유학자 씨(70·여)는 결승에서 김분이 씨를 이기고 올라온 선수와 박빙의 대결을 펼쳤으나 아깝게 져서 은메달에 그쳤다.
수련한 지 1년도 안 된 강북실버태권도단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우오구 지도교수(계명대 평생교육원 태권도학과)의 열정도 한몫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태권도 보급의 개척자로 유명하다. 그는 어르신들의 성취감을 북돋우기 위해 사비를 털어 승급대회 준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학생회장인 김분이 씨는 “메달을 땄다는 것 자체가 가치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건강과 배움의 즐거움을 준 복지관 측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복우 강북노인복지관 운영팀장은 “우 교수의 열정,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이뤄낸 쾌거”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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