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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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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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유족들 평택해군기지서 철수
해군서 대신 사망신고 처리

천안함 침몰 희생 장병 유가족들이 임시 숙소를 떠난 8일 장병들이 경기 평택
시 해군2함대사령부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조문객을 위해 쓰였던 천막을 정
리하고 있다. 평택=장관석 기자
천안함 침몰 희생 장병 유가족들이 임시 숙소를 떠난 8일 장병들이 경기 평택 시 해군2함대사령부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조문객을 위해 쓰였던 천막을 정 리하고 있다. 평택=장관석 기자
어버이날인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의 해군 2함대사령부.

천안함 침몰 희생 장병 유가족들은 이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아침식사를 함께 한 뒤 개인 짐과 아들 또는 남편의 유품을 들고 임시숙소를 나왔다.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터진 뒤 43일 만이었다.

화창한 날씨에 해군 2함대사령부는 겉보기엔 평온한 분위기였으나 유가족들은 아직도 복받쳐 오르는 감정 때문인지 희생 장병들의 유품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 고 박석원 상사의 아버지 박병규 씨(56)는 아들의 숙소에 있던 컴퓨터와 냉장고, 신시사이저를 룸메이트에게 남겨주고 왔다. “가지고 가면 마음이 아플까 봐 그러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한 박 씨는 아들이 근무한 제2함대 정문을 한참 동안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유족들은 앞으로 희생자 명의로 돼 있던 통장계좌 변경에서부터 자동차 명의를 변경하는 일까지 일상 속에서 고인들의 흔적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머물던 숙소를 정리하던 고 박경수 상사의 사촌형 박경식 씨(36)는 “건강보험 변경도 해야 하고 이사해야 할 사람도 있는 등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해 나가야 할 작업이 많다”며 “이제 고인을 하나하나 지워나가야 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특히 희생 장병들의 사망신고는 ‘어려운 과제’였다. 가족의 손으로 직접 사망신고서를 작성하기가 망설여지고 시신도 찾지 못한 산화자(散華者) 유가족들은 법적으로 ‘산화’라는 용어가 없기에 고통이 더했다.

이런 고충을 알게 된 해군이 남기훈 원사의 시신이 발견됐던 4월 3일 오후 6시 7분을 사망시각으로 추정해 산화자를 포함한 39명의 사망신고를 4일 백령도 면사무소에 대신 해줬다. 개별적으로 사망신고를 한 7명의 가족을 제외하고 이 39명은 6일 사망신고 처리가 끝났다. 산화자인 박경수 상사의 사촌형 박경식 씨는 “유가족들 고민을 해군이 덜어줘 그나마 다행이었다”며 고마워했다. 박병규 씨는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는 게 유가족들의 도리인 것처럼 이런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그게 살아남은 자들의 도리”라고 말했다.

희생자를 위한 49재를 위해 평택에 남은 유가족 30여 명은 부대 앞 해군콘도에 머물다 13일 막재를 마치면 해산할 예정이다. 또 다음 주로 예정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특별위원회 2차 회의 참석과 희생 장병 100일 추모제 준비 등을 위해 대표단 4, 5명도 당분간 이곳에 머물 예정이다.

평택=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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