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부산지검장 사의… 진상규명위 본격 가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검사 향응’ 폭로 건설업자 정씨, 수면제 자살 기도… 생명엔 지장 없어
박 지검장 사표수리 유보
조사 마칠때까지 전보 검토

병원 옮겨지는 정 씨 검사에 대한 향응과 성 접대 의혹을 폭로한 건설업자 정모 씨가 23일 오후 2시 40분경 부산지법 앞 변호사 사무실에서 수면제를 다량 복용해 자살을 기도했다. 변호사 사무실과 119 관계자들이 의식을 잃은 정 씨를 병원으로 급히 옮기기 위해 휠체어에 탄 정 씨를 들것에 옮기고 있다. 부산=이종식 기자
병원 옮겨지는 정 씨 검사에 대한 향응과 성 접대 의혹을 폭로한 건설업자 정모 씨가 23일 오후 2시 40분경 부산지법 앞 변호사 사무실에서 수면제를 다량 복용해 자살을 기도했다. 변호사 사무실과 119 관계자들이 의식을 잃은 정 씨를 병원으로 급히 옮기기 위해 휠체어에 탄 정 씨를 들것에 옮기고 있다. 부산=이종식 기자
전현직 검사 100여 명에게 향응과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해온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51)가 23일 음독자살을 기도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정 씨는 이날 오후 부산지법 앞에 있는 부산 연제구 거제동 ‘법무법인 부산’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등 몇몇 취재진과 만나 자신이 공개한 문건에 등장한 검사들 외에 또 다른 검사의 접대 의혹 등을 공개했다. 검찰의 구속집행정지 취소 신청에 대한 법원의 심문을 앞두고 있던 정 씨는 오후 2시 40분경 기자들에게 “가족과 통화해야 한다”며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 홀로 남은 정 씨는 수면제를 100알가량 삼켜 자살을 기도했으나, 정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문재인 변호사 등 주위 사람들이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해 위세척 등 응급조치를 받고 30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정 씨는 자살 기도 직후 “법원에 가면 구속될 텐데 차라리 죽고 말겠다”고 말하는 등 재수감될 가능성에 극도로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였다. 정 씨는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날 자살 소동으로 오후 3시부터 정 씨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취소 여부 심문은 1시간가량 늦춰졌고, 재판부는 정 씨가 없는 상태에서 변호인을 상대로 심문을 진행한 뒤 26일 재구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결정이 날 때까지 정 씨가 병원에만 머물도록 주거지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또 정 씨가 공개한 ‘접대 리스트’ 문건에 실명이 거론됐던 박기준 부산지검장(51·사법시험 24회)이 이날 법무부에 사표를 내는 등 파문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박 지검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일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떠안고 사직한다. 진실은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밝혀 달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박 지검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다른 보직으로 전보 조치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의혹의 진위를 가릴 진상규명위(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성 위원장과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채동욱 대전고검장 외에 7명의 위원을 추가로 위촉해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성 위원장은 “다음 주초에 첫 회의를 열고 채 단장의 첫 보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에는 △하창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56)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60·여)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49) △변대규 휴맥스 대표(50) △신성호 중앙일보 정보사업단 대표(54)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48) △조희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47·여)이 위촉됐다. 조은석 대검찰청 대변인은 “현직 여검사 가운데 최고참인 조 차장이 포함된 것은 여검사로서 검찰 문화를 잘 알고 있으며 가장 엄정한 잣대를 적용할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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