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사채 힘들다” 中企 대표 자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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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해 달라” 유서… 유족 “1억 빌려 이자만 月 2000만원”

60대 중소기업 대표가 사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6일 오전 11시 40분경 경남 김해시 삼계동 육류가공용 기계생산 업체인 D금속 작업장에서 이 회사 대표 양모 씨(63)가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다. 아들(27·회사원)이 양 씨를 발견하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했으나 17일 오전 3시 40분경 숨졌다. 양 씨는 자살 기도 전 아들과 부인(55)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에 나와 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씨는 회사 사무실 책상 위에 자필로 쓴 유서 1장을 남겼다. 유서에는 ‘고리사채로 너무 힘들다. 다시는 나처럼 사채에 시달리는 사람이 없도록 해 달라. 경찰에 고발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양 씨 아들은 “아버지 금전출납 장부로 미뤄 볼 때 지난해 5월경 빌린 사채는 1억 원 정도이며, 이자는 월 2000만 원씩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 전화에 ‘대표님, 입금할 때가 됐습니다’라는 문자와 함께 동일한 전화번호가 여러 차례 찍혔다”며 “아버지가 평소 사채업자들에게 많이 시달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해중부경찰서는 양 씨가 사채업자들로부터 빚 독촉과 협박에 시달리다 자살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통장과 대부 관련 계약서류를 확보해 사채업자 인적사항을 파악할 예정”이라며 “채권자들이 양 씨를 위협해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고리 사채와 불법 추심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저촉된다.

한편 양 씨는 직원 7명과 함께 20년 이상 성실하게 회사를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매출은 2008년 18억 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2억 원으로 크게 떨어졌다고 유족 측이 경찰에서 밝혔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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