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화문광장 즐기는 곳-서울광장 머무는 곳-청계광장 알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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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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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광장 5개월 분석

광화문, 행사 절반이 전시
서울광장, 공연 19회로 최다
청계광장, 31건이 캠페인

‘걸으며 즐기는 곳’(광화문광장), ‘머무르는 곳’(서울광장), ‘알리는 곳’(청계광장).

서울 광화문광장이 개장한 지난해 8월부터 12월 말까지 3개 광장에서 열린 행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광화문광장은 전시회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 서울광장은 공연 행사가, 청계광장은 홍보행사가 가장 많이 열렸다.

○ 거리를 닮은 광장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첫 행사는 ‘서울드라마어워즈2009 쇼케이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세트를 광장에 옮겨놓아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즐길 수 있도록 한 전시행사였다. 그 이후로 9월 말까지 이어진 5건의 행사도 모두 사진전, 시화전 같은 전시회였다. 광화문광장이 개장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열린 행사 37건 중 20건(54.0%)이 이처럼 산책을 즐기다 잠시 멈춰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로 꾸며졌다.

이처럼 전시행사가 많은 이유는 광화문광장이 ‘거리’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광화문광장의 모습은 ‘길’에 가깝다. 면적 1만8840m²(약 5700평)로 도심에 있는 3개 광장 중 가장 넓지만 길이 550m, 너비 35m 정도로 좁고 길게 뻗어 있다. 오며 가며 관람객들이 구경하기 편하게 전시물을 늘어놓기 가장 좋은 구조다.

이 때문에 대규모 시설물을 설치해야 하는 행사를 열기엔 3개 광장 중 가장 부적합하다. 해당 기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행사는 지난해 12월 11∼13일 열렸던 스노보드 대회인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빅에어’가 유일하다. 광장으로 모습이 바뀌어도 조선시대 6조 거리에서 세종로로 이어지는 ‘통행’의 기능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 서울광장 ‘무대’, 청계광장 ‘박람회’

서울시청 본관 앞 서울광장은 전체 행사 중 공연 비중이 전체 62건 중 19건으로 가장 높았다. 국토종단 발대식, 마라톤대회 출발식처럼 민간단체가 일정 시간 광장을 점유하고 치른 행사도 11건이나 있었다.

광장을 일정 시간 완전히 차지하는 행사가 많아도 광화문광장 같은 불만은 거의 없다. 차도로 둘러싸여 있던 ‘섬’ 같은 땅에 광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건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광장에 깔린 잔디 때문에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지나가는 곳’보다는 ‘앉아 쉬는 곳’이라고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앉아 쉬는 시민이 많아지면서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 위주 행사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1만3207m²(약 4000평)에 이르는 넓이에 광화문광장이나 청계광장과 달리 광장과 차도가 바로 연결되지 않아 무대 등 구조물을 설치하기 좋다는 장점도 있다.

청계광장은 총 63건의 행사 중 절반에 가까운 31건이 지역특산물 홍보나 캠페인 행사로 채워졌다. 광화문광장, 서울광장과 달리 면적이 2026m²(약 613평)로 좁아 큰 행사를 치를 수는 없지만 작은 규모의 행사를 치를 땐 광장을 꽉꽉 채워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 14건이 열린 공연행사의 경우도 대부분 간단한 시설물만 설치하면 되는 영화상영회나 소규모 공연행사였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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