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교사도 고개젓는 TEE 인증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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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낮은 OX문제-보여주기식 수업시연으로 영어교사 평가는 무리”

■ 내년 전국실시 앞두고 설문
68% “선발방식 개선필요”
“보상적고 책임만 늘어” 지적

영어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정부가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기로 한 ‘TEE 인증제’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2010년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TEE 인증제를 내년 3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첫 TEE 인증을 받은 교사 20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선발 방법에 문제를 제기한 교사가 많았다. 전체 응답자 138명 중 94명(68%)이 ‘선발 방식의 전면적 또는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TEE 인증교사 선발 과정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수업 시연(試演)으로 나뉜다. 필기시험 문제는 TEE-A 과정 40문항, TEE-M 과정 60문항으로 모두 ‘OX’ 문제다. ‘학생에게 발표 기회를 많이 주면 수업참여율이 높아지는가’와 같은 교육학 기초지식을 영어로 물어보면서 몇 개 단어를 틀린 내용으로 바꿔 출제하는 방식이다. 문제를 푼 교사들은 “이런 황당하고 비비꼬인 OX 문제로 어떻게 영어 수업을 잘하는 교사를 뽑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20년간 영어를 가르쳤는데 수준 낮은 OX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니 자존심이 상했다”는 교사도 있었다. 한 교사는 “텝스나 토플처럼 다양한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차 수업 시연도 ‘보여주기만을 위한 수업’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평상시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봐야하는데 준비된 내용에 준비된 학생들을 데리고 하는 일회성 수업을 보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한 교사는 “TEE 인증제에도 포트폴리오 평가나 면접 등 다면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인증을 받은 교사에 대한 보상과 활용 방안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인증을 받으면 3개월간 어학원 연수를 받을 수 있다. 또 인증을 받은 교사들은 향후 수업 시연이나 동료교사 지도에 나서야 한다. 한 교사는 “학원 3개월 보내준다는 것 아니냐”며 “인센티브는 별로 없고 책임만 늘어나는데 누가 선뜻 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제도에 대한 무관심도 문제로 지적돼 전체 응답자의 75%인 103명이 ‘교사들의 관심도가 낮은 편’이라고 답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필기시험에는 꼭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내년부터 시험 유형을 다양화하는 등 보완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TEE 인증제::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는(Teaching English in English)’ 교사들을 인증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2009년 만든 제도. TEE-M(마스터) 등급은 교사경력 7년 이상, TEE-A(에이스) 등급은 교사경력 3년 이상인 경우 응시할 수 있으며 교육청 자체 시험으로 선발한다. 올해 서울에서 TEE-M 37명, TEE-A 168명이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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