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온다' 개업백화점서 빨간 속옷 훔친 70대 노인

부산에 사는 김모 씨(75)는 17일 처음 문을 연 부산 중구 중앙동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가면 개업 기념품과 경품을 준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백화점으로 향했다. 매장 안을 구경하던 김 씨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던 8층 속옷 매장으로 다가갔다. '개업 점포에서 빨간색 속옷을 사면 재물과 행운이 함께 온다'는 부산 경남지역 속설 때문에 붐비는 것 같았다. 한꺼번에 속옷을 40장이나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하루 광복점 매장에서 팔려나간 속옷은 17억 원어치나 됐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

김 씨도 빨간 속옷을 사고 싶었지만 백화점 판매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는 매장 직원들이 몰려드는 인파에 허둥대는 것을 보고 속옷을 슬쩍하기로 마음먹었다. 남자 팬티 6장, 여성 브래지어와 팬티 4장 등 모두 10장(45만 원 상당)을 자신의 건빵바지에 쑤셔 넣고 빠져나왔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넣는 바람에 주머니 밖으로 브래지어 끈이 삐져나온 것을 몰라 매장 직원에게 들통이 났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백화점 손님 대부분이 줄을 서서 빨간 속옷을 사고 있어 덩달아 속옷을 갖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18일 김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